중국 방역당국이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를 다음달 8일부터 폐지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중국이 지난 7일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남아 있던 마지막 방역 장벽을 허물고 세계를 향해 전면 재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 입국 장벽이 사라지면서 지난 3년간 중국의 방역 정책으로 억눌렸던 한중(韓中) 인적 교류가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이던 2019년 한 해 602만명(전체 외국 관광객의 34%)에 달했던 중국 관광객은 내년부터 한국에 대거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와 국무원 합동방역기구는 26일 “효율적으로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용해온 갑(甲)급 감염병 방역 조치(최고 강도의 관리 조치)를 해제했다”며 “중국에 입국한 인원은 집중 격리 없이 사회면(社會面·방역 봉쇄 구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 해외 입국자는 5일간 지정 시설에서 격리해야 하고, 이와 별도로 3일간 재택 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다음달 8일부터는 격리 시설을 거치지 않고 중국 입국 즉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중국 방역당국은 입국자에 대한 방역 요구 사항도 간소화했다. 입국 시 48시간 전에 실시한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결과만 제출하면 되고, 과거 출발지의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신청해야 했던 전자 증명서인 ‘건강 코드’는 폐지한다고 밝혔다. 입국 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PCR 검사도 없앴다.
중국의 항공 운행 정책도 대폭 완화됐다. 방역 당국은 “‘5개1′(五个一) 정책과 비행기의 좌석 점유율 제한 등 조치를 취소한다”고 했다. 5개1 정책은 1개 항공사가 1개 국가에서 1개의 항공노선을 1주일에 1회 이상 초과해서 운영할 수 없도록 한 정책이다.
이번 정책 전환은 중국이 코로나 감염병 관리 등급을 기존 최고 수준인 갑(甲)급에서 을(乙)급으로 하향하면서 나온 것이다. 코로나를 ‘덜 위험한 감염병’으로 규정하면서 방역 원칙을 대폭 완화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의 공식 명칭 또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코로나의 사망률은 계절독감 수준이고 폐렴 증상도 없기 때문에 ‘코로나 감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인들은 벌써부터 3년 만의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은하증권은 26일 보고서에서 “출입국이 곧 자유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해외여행 관련 주식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 관료와 대도시 기업인들이 최근 잇따라 해외 비즈니스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한 중국인들이 해외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 치료약 구입이나 외국산 백신 접종 등 ‘의료 관광’ 목적으로 외국을 찾는 중국인들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 주당 왕복 65편인 한중 간 항공편을 100편으로 늘리는 방안을 실무 협의 중이다.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으로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제한했던 중국의 한국 비자 발급 센터들도 속속 업무를 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