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건강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다음 달 8일 코로나 입국 규제를 철폐키로 한 가운데 중국인들이 관광을 간다고 하면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는 ‘코로나 의료 관광’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홍콩과 마카오 등 중국 영토 중에서 mRNA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곳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마카오에서 관광객에게 170달러(약 21만원)를 받고 백신을 접종해주는 마카오과기대병원의 이달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중국 본토에서는 시노백·시노팜 등 효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자국 백신만 맞을 수 있는데 마카오에서는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 제약회사가 만든 mRNA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홍콩도 mRNA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중국 푸싱(復星)제약은 지난 27일부터 인터넷 사이트와 앱을 통해 중국 본토인들의 홍콩 내 mRNA 백신 접종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홍콩·마카오 등에서 화이자·모더나 백신 유통을 맡고 있다.

본토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코로나 치료제를 얻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중국인도 늘고 있다. 28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본토인들은 홍콩 병원에서 최소 6000홍콩달러(약 100만원)를 내고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을 구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들이나 부유층이 지인 선물용으로 팍스로비드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다음 의료 관광 목적지는 한국·일본 등 주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는 내년 3월까지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그때까지 중국 내 병원 진료·약품 조달이 어려워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의 한 기업인은 “내년에 한국을 여행하며 건강검진센터와 사설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재일 중국인 교포와 출장 온 중국인들의 감기약·해열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27일 도쿄 도시마구 이케부쿠로 전철역 앞 한 약국은 감기약·해열제 진열대가 비어 있고, “손님 1명당 2개만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우에노역 인근 약국들은 감기약 ‘파블론 골드A’의 구매 제한을 최근 1인당 2개에서 1개로 바꿨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의 감염 폭발 여파가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의 감기약 사재기 소식에 일본인들도 감기약을 미리 구비하고 있다. 시나가와구의 직장인 나카가와(38)씨는 “재고가 부족해질 상황에 대비해 부모님이 드실 감기약을 미리 구매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