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승객들이 도착했다./연합뉴스

중국이 한·일 국민의 비자 발급을 일부 중단한 상황에서 미국·호주와 항공편 운항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도 한국 등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했는데 이 같은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미·중 관계 관리에 나서고, 호주와 ‘해빙’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민항국 운수사(司·국) 량난 사장은 지난 10일 “민항국이 지난 8일부터 중국과 외국 항공사들의 운항 재개 신청을 받고 있다”면서 “중·미 항공사들 또한 중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 노선 운영 재개를 신청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 항공사가 시장 수요에 맞춰 양국간 항공편을 운영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민항국은 항공편 운항 재개 과정에서 미국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중·미 항공편의 순조로운 운항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잇달아 미국에 온화한 입장을 내놓으며 미·중 관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장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대사 재임 기간에 유명한 ‘대중(對中) 매파’ 의원도 피하지 않고 만났다”면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중·미 관계 프레임을 구축하길 원했다”고 했다. 그는 또 “중·미 관계의 문은 한 번 열리면 다시 닫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평탄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중·호 관계 회복을 위해 호주를 오가는 항공편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0일 중국 항공사들이 호주행 항공편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어 호주 방문 중국 여행객이 급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남방항공은 이달 30일부터 광저우 출발 항공편을 매일 운행하고, 중국국제항공·동방항공 등도 호주행 항공편을 주 3회로 늘릴 계획이다. 투자은행 JP모건은 7일 보고서에서 중국 여행객과 유학생들이 호주로 돌아오면 호주의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1% 성장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악화일로였지만 지난해 들어선 호주의 새 정권이 중국에 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페니 웡 호주 외교 장관은 지난달 중·호 수교 50주년을 맞아 중국을 방문해 외교·전략대화를 갖고 무역·방위 분야 등에서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한·일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 조치에 대해 “(상대국의) 차별적 조치에 대한 대등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20여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을 대상으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국경 통제’를 특정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국의 경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인 대상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해 정책 강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