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방역 완화 이후 약 한 달 동안 6만 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이 지난달 7일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다만 중국이 발표한 집계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에서 사망한 사례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자오야후이 의료정책사(司·국)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의료 기관이 집계한 병원 내 코로나 감염 관련 사망자는 5만9938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방역을 전면 완화한 다음날부터 36일 동안 병원에서만 6만명 가까이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중국은 지금껏 코로나 사망자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폐렴에 걸리거나 호흡 부전을 겪다 숨진 경우’로 정의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에 감염돼 숨진 기저질환자도 집계에 포함했다. 자오 사장은 “사망자 가운데 91%(5만4435명)는 기저질환에 코로나 감염이 더해지며 사망했다”면서 “코로나 사망자 평균 연령은 80.3세이고, 65세 이상이 90.1%”라고 했다. 다만 자오 사장은 중국에서 입원자와 중증 환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 관련 입원 환자 수는 지난 5일 162만 5000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12일에는 127만 명으로 줄었다.
중국이 코로나 사망자 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중국의 코로나 정보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이 발표한 숫자는 서방 전문 기관에서 추정하는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 규모의 6분의 1 수준이다. 영국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에어피니티는 중국에서 하루 1만명 정도가 코로나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인들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망자 폭증을 체감하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시민은 “이웃 가운데 장례식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최근 급증했다”고 했다. 베이징의 주요 화장장은 여전히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지난 7일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와 스징산구의 화장장은 한밤 중에도 화장터 고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오양구 화장장의 안내 직원은 “시신 화장은 아무리 빨라도 5일 이상 걸린다”면서 “최근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 시설을 늘려 시신 수습은 하루면 가능하다”고 했다. 스징산구 화장장의 직원은 ”운구차의 종류는 선택 불가하고 다른 서비스들도 상황에 따라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코로나 사망자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 대이동 기간인 춘제(중국 설·22일) 연휴에 대도시에서 중소 도시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며 사망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 도시는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대도시보다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