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17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일각에서 ’중국이 계획 경제를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전의 계획경제 틀로 회귀하고 있다는 외부의 우려를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고위 관리가 해외 주요 행사에 참석한 것은 코로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류 부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과 해외 투자 유치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수입·기업투자·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며 중국으로 향한 문은 더 열릴 것”이라고 했다.
민간 기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류 부총리는 “민간 부문을 지원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며 큰 틀의 개혁을 심화해 나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기업인들은 사회의 부를 창조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관련해선 “부동산 분야의 위험은 잘못 처리하면 구조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제때 간섭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강조된 시진핑의 핵심 가치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는 급진적으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부유는) 중국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하는 역사적 임무”라면서도 “이것은 장기적인 임무로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단번에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말하는 공동부유는 양극화를 피하고 공동 발전에 의지해 모든 사람이 노력과 근면으로 부자가 되는 것으로, 절대 평균주의와 복지국가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의 축적이 없다면 공동부유는 원천이 없는 물, 근본이 없는 나무가 된다”고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고강도 방역 규제인 ‘제로 코로나’ 정책과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3.0%에 그쳤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방역 규제 완화 방침을 유지하며 경제 성장에 주력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