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17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에서 “’중국이 계획경제를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중국이 시진핑 집권 3기 출범을 전후로 기업과 시장에 대해 압박·간섭을 크게 강화하면서 개혁·개방 이전 계획경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적극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류 부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 의지를 밝히고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수입·기업투자·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며 중국으로 향한 문은 더 열릴 것”이라고 했다.
기업 활동은 적극 보호하겠다고 했다. 류 부총리는 “민간 부문을 지원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며 큰 틀의 개혁을 심화해 나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기업인들은 사회의 부를 창조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부동산 분야의 위험은 잘못 처리하면 구조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제때 간섭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작년 중국 부동산 투자액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13조2895억위안(약 2425조원)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투자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999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강조된 시진핑의 핵심 가치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는 급진적으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부유는) 중국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하는 역사적 임무”라면서도 “이것은 장기적인 임무로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단번에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공동부유는 양극화를 피하고 공동 발전을 추구하며 모든 사람이 노력으로 부자가 되는 것으로, 절대 평균주의와 복지국가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의 축적이 없다면 공동부유는 원천이 없는 물, 근본이 없는 나무가 된다”고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과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쳐 목표치(5.5%)에 못 미쳤다. 중국 정부가 1994년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이후 실제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2%포인트 이상 낮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방역 규제 완화 방침을 유지하며 경제 성장에 주력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