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대이동’을 뜻하는 ‘춘윈’이 시작된 지난 1월 7일, 중국 광둥성 선전북역에 열차를 탑승하려는 승객들이 몰려있다. photo 뉴시스

3년 만에 돌아온 자유로운 ‘춘윈(春運)’을 앞두고 중국 대륙에 비상이 걸렸다. 춘윈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음력 설)’ 일주일 연휴(1월 21~27일)를 앞둔 ‘대이동’을 뜻한다. 중국 당국은 매년 춘절 전 15일, 춘절 후 25일, 총 40일간을 ‘춘윈’ 기간으로 지정해 이동인구를 특별관리한다.

올해 춘윈으로 설정된 기간은 1월 7일부터 오는 2월 15일까지다. 중국 교통운수부가 밝힌 올해 춘윈 기간 예상이동객은 총 20억9500만명.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춘절의 29억8000만명에는 못 미치는 숫자지만, 2020년의 14억8000만명, 2021년의 8억7000만명, 2022년의 10억6000만명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춘윈 첫날인 지난 1월 7일 이미 3470만명이 도로, 철도, 항공, 배편을 이용해 길을 떠났다. 이튿날인 1월 8일에 움직인 사람도 3540만명에 달한다. 춘윈 첫날과 이튿날의 이동인구는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증가한 숫자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교통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부터 시작된 ‘위드코로나’와 함께 이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15개 도시의 혼잡도는 2021년 1월 같은 기간의 116%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허난성 전체 인구 중 89%가 감염

지난 1월 7일 춘윈 시작과 함께 이동인구가 폭증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과 병상 등 의료시설이 열악한 중국 내륙에서는 2020년 1월 후베이성 우한(武漢)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래 지난 3년간 못 봤던 가족, 친지, 친구를 다시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자칫 이들이 바이러스를 갖고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그전까지 중국 당국은 대도시 진입 시 PCR 검사 등을 강제해 고령층이 많고 의료시설이 열악한 농촌과 대도시의 자유로운 이동을 사실상 차단해 왔다. 그럼에도 허난성 위생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인구 98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중부 허난성은 지난 1월 6일 기준 전체 인구의 89%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다.

2021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9300만위안(약 1089만원)으로 베이징(18만3900만위안)의 3분의1에 불과한 허난성은 과거에도 비위생적 매혈(賣血)로 인해 약 2만명이 사망하는 에이즈(AIDS) 파동을 겪은 바 있다. 허난성 위생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기준 허난성의 2급 이상 병원 병상사용률은 94.95%에 달한다.

인구 8400만명의 중국 서부 쓰촨성 위생당국이 밝힌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쓰촨성 내 감염률도 63.52%에 달했다. 중국 본토와 바다로 격리돼 있고, 인구가 1020만명에 불과한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위생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추정 감염률도 50%에 달했다.

올해 춘절은 해외 입국자 격리조치가 3년 만에 전면 해제된 1월 8일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주일간의 연휴다.해외로 나가려는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중국 여행객들은 귀국 시 뒤따르는 2차례 이상의 PCR 음성증명서 제출과 일주일 이상의 시설격리 조치 등으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지난 1월 8일 자로 해외 입국자 격리조치를 전면 해제하면서 비자만 발급받으면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진 상태다.

이동인구가 폭증하는 춘윈과 함께 ‘위드코로나’에 돌입한 중국 당국의 결정에 내부에서도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무식할 정도로 억눌러왔던 방역조치를 돌연 해제한 시점이 코로나가 쉽게 확산되는 겨울철, 그것도 이동인구가 폭증하는 춘윈과 정확히 맞물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략 북위 33도선인 화이허와 친링산맥 이북의 중국 북방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중앙집중식 배관을 통한 난방을 공급하는 터라 바이러스가 더욱 빨리 확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겨울 추위에 호흡기나 심혈관이 취약한 고령자에게는 코로나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22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의 한 화장장에서 유족들이 소각로에 들어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종이돈을 태우고 있다. photo 뉴시스

춘윈 시작과 함께 ‘위드코로나’

이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도 당국이 위드코로나에 착수하는 시점을 오는 3월 ‘양회(兩會)’ 전후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지난해 10월 말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방역기조를 어느 정도 완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 3년간의 강경한 방역조치가 시진핑의 3연임 시간표에 맞춘 ‘정치방역’임을 자인하는 꼴이었다.

이에 지난 당대회에서 서열 2위 국무원 총리로 내정된 리창(李强)이 양회를 통해 총리로 공식 데뷔하면 ‘경제’를 이유로 방역기조를 점진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3월이면 춘절 연휴를 전후로 이동인구가 폭증하는 춘윈도 지나간 시점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은 추운 겨울보다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의 방역완화에 따른 부담이 덜하다. 이에 지난해 12월 21일 홍콩 위성TV발로 “1월 3일경 중국이 해외 입국자 대상 격리를 해제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도 대부분은 반신반의했다. 한데 이 보도는 날짜만 5일가량 틀린 채 그대로 적중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10명이 사망한 아파트 화재사고로 촉발된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지의 ‘백지(白紙)시위’가 중국의 방역시간표를 3개월 이상 앞당겨 버린 셈이다. 당시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는 당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규탄하면서, “시진핑 하야, 공산당 하야”와 같은 금기어까지 꺼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7일 정기적인 대규모 PCR 전수 조사 폐지를 신호탄으로, 12월 14일 무증상 확진자 통계발표 중단, 12월 25일 일일 신규 확진자수 발표 중단, 1월 8일 해외 입국자 격리 중단 등 중국 당국의 강경했던 방역조치는 돌연 급격히 무장해제됐다. 지금은 지난 3년간 흰색 방역복을 입은 채 흰색 면봉을 들고 다니며 무소불위의 위세를 과시했던 이른바 ‘다바이(大白)’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돼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당국, “겨울 방역해제는 종합 판단”

반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중국 당국이 무증상 확진자를 포함한 일일 확진자 통계발표마저 중단해버린 터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통계 역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본토 신규 확진자는 1만4171명으로, 신규 사망자는 3명에 불과했다. 14억 인구에 비해 너무나 적은 확진자 수도 미심쩍지만, 사망자 숫자가 너무 적은 것은 심각한 의문을 자아낸다. 새해 들어 공식 발표한 일일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줄곧 한 자릿수를 맴돈다.

코로나19 확산 후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까지 시신을 태우는 진풍경이 펼쳐졌지만, 새해 들어 가장 많았던 코로나 사망자는 지난 1월 3일과 5일의 각각 5명에 그쳤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만 코로나19 사망자로 엄격히 분류한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지병을 갖고 있다가 발열과 기침 등으로 사망하는 고령의 환자도 상당수지만,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환자에 밀려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상당하다. 실제 중국에서는 입원할 병상을 구하지 못해 노상이나 주차장에서 수액치료를 받는 황당한 장면마저 속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고 원로과학자 900여명이 모여 있는 중국공정원에서 지난해 12월 15일 이후부터 1월 4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0명에 달하지만 코로나19와 연관성은 모두 부인됐다. 중국공정원의 연간 사망자는 대략 16명 정도인데, 불과 20일 만에 20명이 사망한 것이다.

우려가 커지자 최근 중국 당국은 전문가들을 내세워 겨울철 봉쇄해제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대응 태스크포스 전문가 조장을 맡고 있는 량완넨(梁萬年) 박사는 지난 1월 9일 중국중앙방송(CCTV)에 출연해 “6개월 앞당겨 2022년 여름에 위드코로나에 돌입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당시 전체 노인인구의 백신접종률이 낮아서 위드코로나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3년 6~7월이 계절도 좋고 호흡기 질환이 적어 좋지만 그때는 백신접종을 한 노년층의 면역효과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한겨울 위드코로나 돌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우한 봉쇄도 춘윈보다 한발 늦어

자연히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국이 또다시 시기를 ‘오판’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을 전면 봉쇄한 것은 2020년 1월 23일이다. 2020년 춘절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춘절 연휴를 전후로 한 춘윈은 우한 봉쇄(1월 23일)보다 13일이나 앞선 그해 1월 10일부터 2월 18일까지로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중국의 배꼽’에 해당하는 우한을 떠날 농민공들은 이미 진즉에 떠난 상황이었다. ‘중국의 공장’인 남부 광둥성 광저우, 선전 등지에는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이 절대다수다. 이들은 이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경내로 들어와 있던 상황이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역시 2020년 춘윈 기간(1월 10일~2월 18일) 중 발생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는 당시 춘절 연휴를 앞두고 2020년 1월 19일 중국남방항공 편으로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초기에 조금만 더 일찍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춘절 연휴 기간 중국발 입국을 조금 더 빨리 차단했더라면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늦춰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3년 전 오판을 반면교사 삼아 윤석열 정부는 춘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1월 말까지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키로 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오는 1월 말까지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면 비자발급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해 춘윈이 끝나는 오는 2월 15일까지는 중국인들의 한국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한국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역시 지난 1월 10일부터 당분간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 모든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키로 한 상태다.

하지만 양국이 주고받은 단기비자 발급중단 조치가 바이러스의 이동을 완전 차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중국발 입국자의 대다수는 여행 등을 목적으로 오는 단기체류 외국인이 아니다. 중국에 주재하는 내국인이거나, 한국과 중국에 이중연고를 가진 조선족 동포 등 장기체류 등록외국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2일부터 7일까지 국내로 들어온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단기체류 외국인의 비중은 25%에 그쳤다.

단기비자 발급을 막겠다고 했지만 우리 국민이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외국인등록증을 가진 장기체류 외국인은 딱히 국내 입국을 차단할 명분이 없다. 이들 중국발 입국자는 한국행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 PCR 음성증명서 제출이 요구되지만, 입국장 PCR 검사는 요구되지 않는다.

반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7일까지 국내로 들어온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의 양성률은 21.9%로, 장기체류 외국인(17.9%)이나 내국인(19.1%)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발 입국자의 대부분은 내국인과 장기체류 등록외국인”이라며 “단기체류 외국인을 상대로 실시하는 현장검사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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