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도 출생 신고가 가능합니다.’

중국에서 다섯째로 인구가 많은 쓰촨성(省)은 15일부터 미혼자가 자녀 정보를 지방정부에 등록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합법적인 결혼이 아니면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 두 자녀까지만 신고할 수 있게 한 조치도 모두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자녀 정보를 정부 시스템에 등록하면, 출산 시 유급 휴직·의료 보험 등의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광둥, 안후이, 산시성 등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서도 기존의 출생신고·등록법을 수정하겠다고 예고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저출산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되자 각종 규제를 뜯어고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1949년 건국 후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956만명이 태어났는데, 2021년의 1062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6.77명으로 역시 194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공개된 ‘2022년 중국 인력자원보고’에서는 중국 노동 인구의 평균연령이 2001년 35.3세에서 39세로 상승했다.

그래픽=김하경

올해 중국은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도 인도에 내줄 전망이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유엔 인구국(UNPD)은 ‘세계 인구 전망 2022′ 보고서에서 “인도가 2023년에 인구 14억2862만명으로 중국(14억2567만명)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 인구국은 “당초 인도 인구가 중국을 앞지르는 시기를 2027년으로 예상했으나, 중국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면서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인구 절반 가까이가 25세 미만인 ‘젊은 나라’로, 거대한 인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중국의 경제 모델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 회사인 S&P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인도 경제는 연평균 6.3%씩 성장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도는 소비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세계적 인재의 가장 큰 공급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의 상황에 놓였다고 자체 진단 중이다. 노동자의 대거 은퇴로 소비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요를 뒷받침해줬던 미국 시장마저 미중 경쟁으로 의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인구 문제 대응 능력은 한계가 있고, 향후 20~30년간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켜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위한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늙어가는 중국’은 장기간 실시해 온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80년 한 자녀 정책을 채택한 후 2016년에야 폐기했다. 그러나 정책 해제에도 가임 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합계출산율은 1.3에 불과했다. 생산가능인구(15~65세) 또한 2012년부터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결혼·육아의 어려움도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중국은 유치원 등 보육 시설이 부족하다. 젊은 층의 임금은 낮은데 집값은 비싸다. 중국의 MZ 세대 사이에서는 결혼해서 아이를 기르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이 나온다. 안후이성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안후이성의 혼인신고 평균연령은 33.31세였다. 최근까지 지속된 중국의 지나친 ‘코로나 제로’ 정책도 영향을 끼쳤다. 많은 부부가 코로나 시기에 아기 갖기를 미루고 꺼린 것이다.

중국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민공(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노동자)들을 도시로 끌어들이며 교육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약 3억명에 이르는 농민공이 도시에 살 수 있게 하고 , 사교육 제한 등으로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