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챗GPT 공개 이후 첫 등장한 중국의 AI(인공지능) 챗봇인 ‘챗위안’이 출시 사흘 만에 법률·정책 위반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운명을 맞았다. 중국의 입장과 상반되는 답변을 내놓아 퇴출된 것이다. 챗위안은 지난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AI 스타트업 ‘위안위’가 출시한 챗봇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AI연구소 ‘오픈AI’가 공개한 챗GPT와 유사하다. 사람 수준으로 중국어 문장을 창작하고, 보고서 작성과 법률 자문, 정보 검색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대만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챗위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침략 전쟁인가’라고 묻는 이용자의 질문에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다. 양쪽의 군사력과 정치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침략 전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를 분석해 달라는 질문에는 “중국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경제성장은 약세이고 투자·수출 등은 부진하며, 부동산 거품이 있고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튼튼한 기틀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챗위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중국에서는 금기시되는 발언을 했다. ‘시진핑의 종신 집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종신 집권’을 부정하는 대신 “중국 공산당의 중요 제도”라고 답한 것이다. 다만 시진핑의 리더십에 관해서는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자 개혁가이며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사전에 설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답을 내놓았다.
타이완뉴스는 “중국 이용자들은 예상을 벗어난 챗위안과의 대화 내용을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공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챗봇은 당국의 검열을 받았지만, 일부 문제가 될 수 있는 답변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빅테크들이 개발 중인 AI 챗봇의 검열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7년 텐센트의 챗봇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챗GPT에 맞서기 위한 챗봇들을 개발 중이다. 중국 최대 검색 업체 바이두는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어니봇’을 다음 달 출시한다고 밝혔다. 바이두 외에도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알리바바·화웨이 등이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