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24일)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도 강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모스크바에서 만나 양국의 결속을 과시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하고 있다”며 “양국 협력은 국제 정세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서 두 팔을 벌려 왕이를 맞이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린다”며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작년 12월 화상 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을 올해 봄 모스크바에 초청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시진핑이 오는 4∼5월쯤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이때 평화 협상안을 푸틴에게 제안함으로써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양국 수교 70주년이었던 2019년이 마지막이다.
왕이는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동안 새로운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왕이가 말한 새로운 합의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났을 당시 두 정상은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서방의 불안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왕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두 나라의 포괄적·전략적 협력 관계가 높은 발전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양국 관계는 국제무대의 격동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중립적인 중재자’를 표방한다고 밝혀왔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미국의 압박이 커지자 러시아와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1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 만난 왕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반석과 같이 견고[堅若磐石]하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 정세의 어떠한 시험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트루셰프는 “서방이 중국을 폄훼하기 위해 대만과 신장, 홍콩, 티베트 문제를 이용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들 문제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양국이 서구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인권 문제 등에서 서로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왕이의 모스크바 방문이 올해 국제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중국이 중립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첨단 기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중국이 홍콩 등의 유령 회사를 통해 러시아에 수출 금지된 반도체를 보내고 있고, 편법으로 무인기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파기 선언에 대해선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트는 러시아가 미국과 2010년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이다.
한편, 21일 대만과 미국의 고위급 안보 회담이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IT)에서 열렸다고 대만 연합보가 22일 보도했다. 지난 19일에는 미국 로 칸나(민주당) 의원과 토니 곤잘레스(공화당) 의원 등이 닷새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1일 대표단을 접견하고 “대만과 미국은 군사 교류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