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의 첫 3연임 국가 주석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이 취임식 격인 헌법선서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도부가 술렁였다.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서열 4위)이 갑자기 가슴까지 손을 올려 박수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이치(서열 5위) 상무위원이 곧바로 따라서 박수를 치자 순식간에 100여명의 지도부가 일제히 시진핑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국영 CCTV의 중계 화면에는 예기치 못한 박수 유도에 리창(서열 2위)·자오러지(서열 3위)·리시(서열7위) 등 상무위원들이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늦게 박수를 치는 장면이 담겼다.
‘의법치국’을 강조하는 중국에서 헌법선서 의식을 치를 때는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시진핑이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 국가주석 연임을 확정한 직후 헌법선서를 할 때는 지도부 전원이 박수를 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시진핑이 장기 집권을 공식화하고 권위가 강화되면서 ‘시진핑 띄우기’와 지도부의 충성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시진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제3차 전체회의에서 ‘찬성 2952표, 반대 0표’를 받아 만장일치로 국가 주석에 재선출됐다. 1949년 중국(신중국) 건국 이후 국가주석 3연임은 처음이다. 이어진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선거에서도 시진핑은 전표를 받아 선출됐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작년 10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1인자)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르며 집권 3기를 시작했고, 이번 선거로 국가 주석에도 선출되며 장기 집권을 공식화했다. 향후 최소 5년간 당·정·군 최고 지도자로서 중국을 이끌게 된다. 시진핑은 앞서 중국 최고 지도자의 10년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2018년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 개헌안을 처리했다.
중국 지도부에서 시진핑의 위상은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날 전인대 회의를 중계한 CCTV는 한 화면에 시진핑과 국휘(國徽·국장)를 나란히 보여줬지만, 다른 지도자들은 머리 위에 국휘가 보이도록 했다.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선출됐다는 발표를 듣고 단상의 지도부를 향해 고개를 숙이려고 할 때는 회의장 내 다른 화면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시진핑이 지도부를 향해 허리를 굽히는 장면을 의례적으로 넣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정부 관계자 등이 시진핑에 대한 ‘인민 영수’ 칭호를 부각했다. ‘영수’는 마오쩌둥 시기에 지도자를 부를 때 쓰던 표현이다.
그러나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된 만큼 향후 각종 도전을 헤쳐나가야 할 책임도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진핑 집권 3기인 향후 5년은 시진핑과 중국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시진핑은 미국과의 경쟁 고조, 대만을 둘러싼 분쟁, 빠른 고령화 등 우려 속에서 중국식 발전 모델을 작동시켜 중국을 다시 경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부교수는 “시진핑이 자신의 충성파들로 최고 지도부를 꾸렸다”면서 “이제는 책임을 지고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