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막한 중국 양회(전인대와 정협)를 거쳐 시진핑 국가주석 3기가 시작된 후, 1인 체제를 강화하고 지도부의 충성 경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과 ‘시진핑 사상’에 대한 이해도가 중국 지도부 발탁 기준이라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7000자(字) 분량 기사에서 총리·부총리 등 국무원(정부) 지도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정책자문기구)의 1·2인자 등을 어떻게 뽑는지 상세하게 전했다.
중국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는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했다. 신화통신은 “(지도자는) ‘양개확립(兩個確立)’의 결정적 의의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개확립은 시진핑의 당내 핵심 지위와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등 두 가지를 확립한다는 뜻이다. 또 “‘4개 의식(四個意識)’을 강화하고 ‘4개 자신(四個自信)’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암호 같은 이 용어들은 시진핑 사상의 핵심 개념으로, 작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장(黨章·중국 공산당의 법)에 추가됐다.
신화통신은 새로 뽑힌 지도부가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해야 한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강한 춘풍 대지 멀리까지 빠르게 불어 모든 것을 새롭게 하니, 시대 변화의 거센 조류 앞에서 열심히 노를 젓는 자가 앞서갈 것(東風浩蕩疾馳遠, 大潮奔涌奮楫先)”이라고 했다. 시진핑 집권 3기의 새 지도부가 시진핑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폐막한 양회에서 장기 집권을 공식화한 시진핑이 전국의 간부들에게 자신에게 절대 충성을 요구하는 ‘행동 지침서’를 신화통신을 통해 내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인사 관례였던 ‘칠상팔하’(지도부 교체 때 67세는 남고 68세는 퇴임)는 유효하다고 했다. 신화통신은 “영도반자(領導班子·지도부)를 구성할 때 1955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를 주로 선출한다”고 했다. 올해 양회에서 선출된 국무원·전인대·정협 지도부 평균 연령은 각각 61.7세, 65.4세, 65.3세다. 다만 연령 제한은 홍콩·마카오 인사와 소수민족 등에게는 예외 적용된다. 부총리급 이상 승진 대상은 성장·장관급으로 5년 이상 일한 간부들이라고 했다.
또 지도부 발탁 과정에 시진핑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면서 “(올해 양회 인선을 앞두고) 시진핑이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300여 명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했다. 이 300여 명은 시진핑의 측근 인사들로 추정되지만, 신화통신은 이들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10월 기사에서도 시진핑이 당 지도부 임명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지도부 선발 기준에서 ‘좋은 이미지’도 강조됐다. 신화통신은 지도부에 진입하려면 출중한 능력뿐 아니라 외모·말투·대중 평판 등을 망라하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도층의 3대 자질로는 ‘성품·능력·이미지’를 꼽았고, 세 가지 검증할 요소로는 ‘정치사상·청렴도·이미지’를 제시했다. 지도자의 대중 이미지가 국가 통치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지 관문(形象關)’이란 표현도 지난 2018년 중국 당 중앙에서 처음 나왔다.
신화통신은 장기 집권에 나선 시진핑을 의식한 듯 과거 새 지도부 출범 시 주로 쓰던 표현인 연부역강(年富力强), 신로교체(新老交替)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은퇴한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일부 당·국가 지도자들이 국가 발전과 민족 부흥을 위해 자발적으로 직위에서 물러났다. 넓은 가슴(寬闊胸懷)과 고풍량절(高風亮節·고상한 품격과 굳은 절개)을 보여줬다”고 했다. 퇴임은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고상한 의지라고 표현한 셈이다. 지난 양회에서는 1955년생인 리커창 전 총리와 왕양 전 정협 주석이 은퇴했다.
양회에서 나온 나이·경력 기준에 예외를 둔 승진 사례에 대해서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장관에 오른 친강 외교부장은 국무위원(부총리급)을 겸하게 되며 초고속 승진했고, 68세를 넘긴 한정(69), 장유샤(73)는 각각 국가부주석과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