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당(黨)의 권한은 키우고 정부의 기능은 대폭 축소한 ‘당강정약(黨强政弱)’ 기조의 당·정 조직 개편안 전문을 16일 공개했다. 이 방안은 최근 폐막한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번 개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당이 정부를 대신해 ‘금융 관리, 과학기술 자립, 홍콩 통제, 사회 안정’ 4가지 국정 과제를 맡게 됐다.
중국은 당 중앙홍콩·마카오공작판공실을 신설해 그동안 국무원(정부)이 담당해온 홍콩과 마카오 관련 업무를 가져왔다. 국무원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간판은 유지하게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 기구에 인력과 업무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봉쇄와 압박이 강화되자 홍콩의 중국화 속도를 높이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 안정을 책임지는 당 기구인 중앙사회공작부도 신설됐다. 국무원 기구인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상경 민원 접수 담당 기관)의 상부 조직으로서 국민의 불만을 처리하고, 민간 기업에 대한 감독·통제 작업도 맡게 된다.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 지난달 ‘백발(白髮) 시위’ 등이 벌어지며 중국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에서 당이 사회 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개혁안은 금융·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국무원 내에 기능을 강화한 조직을 만들고, 그 위에 상부 조직으로 당 위원회를 개설해 통제하는 방안을 담았다. 금융 분야에서는 국무원 직속기구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신설된다. 이 기구는 증권업을 제외한 금융 소비자, 기업(기존 인민은행 관할), 투자자(정감회), 채권과 주식(발개위)의 감독 관리 책임을 한곳에 모았다. 총국의 상부 조직으로 당 기구인 중앙금융위원회가 새로 만들어진다. 이 위원회가 앞으로 중국의 실질적인 금융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국무원 부처인 과학기술부도 기능을 단순화한 다음 그 위에 당 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번 개혁으로 홍콩 통제·사회 안정·금융·과학기술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흘러가고 파격적인 정책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의 당·정 조직 개혁안을 설명하는 기사에서 시진핑의 지휘권 강화를 의미하는 ‘집중통일영도’라는 표현을 세 차례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