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치(蔡奇·가운데) 상무위원이 지난 12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체회의에서 지도자석에 앉아 있다./AFP 연합뉴스

중국 관영 CCTV는 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러 소식을 전하면서 차이치(蔡奇·서열 5위) 상무위원과 중국 외교 투톱인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이치의 직책을 처음으로 ‘당 중앙판공청(中央辦公廳) 주임’이라고 소개했다.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시진핑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 격이다. 시진핑의 국내외 방문에 동행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연설문·당 문건 작성을 책임진다. 중앙판공청은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수뇌부 집단 거주지)의 경호와 의료 또한 책임지고 있다. 성도일보는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는 것은 지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차이치는 40여년만에 탄생한 최고 직급의 중앙판공청 주임이기도 하다. 보통 이 자리는 중앙정치국 위원(서열 24위 이내)이 맡았는데, 차이치는 상무위원(최고지도부 7인)이다.

차이치가 시진핑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것은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 중에서도 충성심이 높은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기 전 기반이 된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차이치와 인연을 맺었다. 국가주석에 오른 이듬해인 2014년 차이치를 중국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에 발탁했다. 차이치는 200명 내외의 권력 핵심인 중앙위원에도 들지 못하다가 2017년 중앙정치국 위원에 올랐고, 같은 해 베이징시 당서기에도 임명되며 급속 승진했다. 한때 1000만 팔로워를 거느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스타였지만, 시진핑 집권 후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자 계정 활동을 멈췄다. 2017년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도시 정비 사업을 위해 베이징 외곽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을 강제 퇴거시켰다. 외신들은 차이치에 대해 “시진핑에 대한 충성이 대중 인기보다 먼저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최고 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후보로 자주 거론되지 않았지만, 시진핑의 신임을 등에 업고 작년에 권력 서열 5위의 상무위원이 됐다.

중국 최고 지도부 내에서도 중앙판공청 주임은 미래가 보장된 자리로 여겨진다. 차이치의 전임자인 딩쉐샹 상무위원은 작년에 최고지도부에 진입했고, 지난 13일 폐막한 양회(兩會)에서는 상무부총리에 올랐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직후 상하이시 당 서기(1인자) 시절 비서장이었던 딩쉐샹을 불러 중앙판공청 부주임 자리에 앉혔고, 2017년에는 주임으로 승진시켰다. 원자바오 전 총리, 쩡칭훙 전 상무위원, 리잔수 전 상무위원 등도 중앙판공청 주임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