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구매가 집중 논의됐다. 양국 협력 수준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는 협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큰손’이었던 서구권이 전쟁 이후 돌아서면서 중국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판매 대금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많이 구매할수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끌고갈 동력을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러시아~몽골~중국을 연결하는 가스 수송 파이프라인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2′의 건설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이프가 만들어지면 러시아는 매년 약 500억㎥의 가스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다. 현재 중국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2019년 수송을 시작한 ‘파워 오브 시베리아’ 등 2개다. 충자란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 부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번 회담의 에너지 협약은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고 정치적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해서 서방의 제재를 받는 것보다는 에너지 구매 방식으로 간접 지원하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중국이 작년 3~12월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원유, 가스, 석탄 등의 총액은 743억달러로, 전년(468억달러) 대비 크게 늘었다. 중국은 원유와 석탄을 러시아에서 둘째로 많이 수입한다. 전 세계 니켈 공급량의 7%(1등급 니켈의 20%)를 책임지는 러시아 MMC 노릴스크사는 중국 기업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러시아는 ‘VIP’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21일 러시아의 한 지상파 방송이 시진핑 방문에 맞춰 그가 연설이나 글에서 인용한 고전과 명언 등을 소개하는 ‘평어근인(平語近人): 시진핑이 좋아하는 고전’이란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