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앞에서 열린 ‘틱톡’ 지지 기자회견에서 저말 보먼(가운데) 뉴욕주 하원의원이 “틱톡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며 미 정부가 수정 헌법 1조(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틱톡에 대한 압박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며 ‘제2의 화웨이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 이어진 ‘화웨이 사태’는 미 정부가 화웨이를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미국과 한국·일본 등 우방국의 화웨이 부품 공급을 금지하며 큰 무역 전쟁으로 번진 사건이다. 미국인에 대한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미 의회가 틱톡 저우서우쯔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23일 청문회를 여는 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틱톡은 이런 압박에 아예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틱톡 CEO 23일 미 하원 청문회 호출

틱톡은 처음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중국 소셜미디어다.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抖音)은 베이징에 본사가 있고, 해외 사업은 미국·싱가포르 등에 법인을 별도 만들어 운영한다. 3초~1분짜리 짧은 동영상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이용자 수 15억명을 돌파했다. 재치 있고 중독성 있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러나 2019년부터 미국 의회와 정보 당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 조작을 해서 선전 공작을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작년 말 미 의회는 연방 공공기관 종사자의 전자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일에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민간 전자기기에서 틱톡 이용을 금지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3일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틱톡을 믿어달라’고 호소한 저우 CEO는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그는 사전에 제출한 서면 증언을 통해 “바이트댄스(틱톡의 모기업)는 중국 또는 어느 다른 나라의 첩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바이트댄스의 창업자들이 중국인이란 사실이 우리 플랫폼이 중국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틱톡은 미국 사용자의 정보를 중국 정부와 공유한 적도 없고 그러한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젝트 텍사스’라는 이름으로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미국 사용자 정보를 미국 회사인 오러클의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생긴 엘리트 CEO ‘전방위 로비전’

2021년에 틱톡에 합류한 싱가포르 국적 저우 CEO는 중국에서 ‘너무 젊고 너무 잘생긴 CEO’로 불린다. 런던대(UCL)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왔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샤오미 부사장을 지냈다. 중국어 영어 모두 능통하고, 18살 때 병역 의무로 인해 2년 반 동안 공군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버드대를 나와 미국의 인맥도 탄탄한 그는 워싱턴 정가에 어떻게 미국식으로 로비를 해야 하는지를 꿰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 출석한 틱톡 CEO - 23일(현지 시각)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가운데)가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의 하원 청문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미 의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소셜미디어인 틱톡이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틱톡 측은 미국 내 틱톡 이용자가 1억5000만명을 넘기며 미국인(약 3억3000만명) 2명 중 1명이 쓰는 앱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미 하원 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22일에 틱톡을 통해 명성을 얻은 약 30명의 인플루언서를 워싱턴DC로 초청해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인플루언서 제이슨 린턴은 “나는 위탁 보호와 입양으로 이뤄진 우리 가족의 여정과 사랑을 알리는 데 틱톡을 써왔다”며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우리가 구축한 커뮤니티를 빼앗아가지 말라”고 말했다. 틱톡의 유료 응원 아이템 매출 1위(2월 기준) 국가는 미국이고, 현지의 틱톡 공식 MCN(인플루언서 기획사) 파트너사는 2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해외 사업 매각도 고려”

하지만 틱톡의 이런 노력이 미국의 압박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낮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틱톡은 스마트폰에 침투한 정찰 풍선(spy balloon)”이라고 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인 인터넷 2.0은 틱톡의 사용자 정보 수집량이 업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이라고 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의 한 보안 회사가 1~2월 기업·정부기관 등 3500여 곳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미국 27주의 주정부 웹사이트에서 틱톡의 모기업이 데이터 수집에 쓰는 사용자 추적장치(트래킹 픽셀)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 당시와 비슷하게 우방국들을 끌어들여 틱톡 압박에 동참하게 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일본·캐나다·뉴질랜드 등이 정부 기기로 틱톡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거나 일부 제한하고 있다.

미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틱톡은 아예 사업 구조 개편까지 모색하고 있다. 틱톡 해외 사업을 모기업과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미국·싱가포르에 이어 호주에 새 사업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틱톡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본지에 “틱톡은 미국계 기업 등과 해외 사업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며, 호주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서방권 사업의 새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라면서 “미국이 틱톡을 ‘제2의 화웨이’로 규정한 이상 생존을 위해 중국색을 빼고,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