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비판 후 도쿄, 싱가포르, 미국 등 세계 각국을 떠돌던 마윈(59) 알리바바 창업자가 본국으로 돌아왔다고 커촹반일보가 2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윈은 최근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에서 장융 알리바바 회장과 함께 차를 타고 있는 모습이 시민들에 의해 목격됐다.
마윈의 귀국은 중국이 2021년부터 2년 넘게 이어온 ‘빅테크 때리기’가 일단락됐다는 신호다. 중국 당국이 주요 IT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충분히 확보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빅테크들을 겨냥했던 사정 칼날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터넷 산업 규모는 5조4800억위안(약 1040조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
마윈은 2020년 10월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에서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는 취지의 비판 발언을 한 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마윈의 발언 직후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 그룹의 홍콩·상하이 주식 시장 상장 절차를 중단시켰다. 또 알리바바 그룹에 대한 고강도 반독점 조사를 벌여 2021년 4월 182억2800만위안(약 3조4500억원)이라는 중국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디디추싱(미 증시 상장 규제), 텐센트(게임 규제), 가오투(사교육 규제), 메이퇀(배달원 고용 문제)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가 쏟아졌다.
중국 당국의 압박 속에 두문불출하던 마윈은 2021년 10월부터 중국 본토를 떠나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윈이 일본 체류 중에 미국과 이스라엘도 정기적으로 여행했다고 전했다. 미술품 수집과 농업·식량 문제 연구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1월 7일에는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내려놓았다. 마윈은 원래 앤트그룹의 의결권 50% 이상을 보유했지만, 조정을 거친 후에는 6.2%만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으로 돌아온 마윈이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앤트그룹의 지배권도 상실했기에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설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에서 마윈이 물러나자 알리바바의 주가가 하루만에 7% 오른 사례도 있을 만큼 마윈의 복귀가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마윈은 향후 중국에서 공익 사업들을 추진하며 이미지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이 중국으로 돌아와 알리바바 본부가 있는 항저우에 자신이 세운 학교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마윈은 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챗GPT 기술과 교육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빅테크 때리기’가 끝나간다는 신호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經濟工作會議) 전문에는 ‘플랫폼 기업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조하고, 국제 경쟁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전년 회의에서 나왔던 ‘자본의 부정적 영향을 통제한다’ ‘자본의 야만적 확장을 억제한다’ 등 문구는 회의에서 사라졌다. 올해 1월 궈수칭 인민은행 당서기(1인자)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 주석은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 14곳의 금융 업무 특별 시정[整改]을 대체적으로 끝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올해 중국 경제 전망 특집 프로그램에서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빅테크 수장들을 집중 소개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빅테크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한 탓에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활력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빅테크들이 정부 눈치를 보고 각종 사업 결정을 내려 혁신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얘기다. 미·중 경쟁 속에 중국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