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딤섬(點心) 체인점 딘타이펑(鼎泰豊)의 창업주 양빙이(楊秉彛·96)가 별세했다.
대만 중앙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유가족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양 창업주가 며칠 전 평안히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각계의 관심에 감사하지만 조용히 장례를 치르기를 희망한다”며 구체적인 사인이나 장례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1927년 중국 산시성에서 태어난 양빙이는 1948년 대만으로 건너갔다.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CNN은 “대만에 갈 당시 그의 주머니에 20달러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대만에서의 첫 직업은 배달원이었다. 외숙모의 소개로 한 식용유 가게에 취직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2년 만에 이 가게의 금전출납부를 관리하게 됐다. 그러나 몇 년 후 일하던 가게가 사장의 투자 실패로 문을 닫게 되자 그는 스스로 창업을 결심했다. 1958년 첫 문을 연 딘타이펑의 시작이었다. 딘타이펑은 ‘크고 풍요로운 솥’이란 뜻이다.
점포의 규모까지 늘려가며 식용유 가게 딘타이펑을 잘 키워가던 양빙이는 1972년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캔에 담긴 식용유가 보급되면서 일반 가게에서 판매하는 식용유가 설 곳을 잃은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양빙이는 가게 앞에서 ‘작은 통에 찐 만두’를 뜻하는 샤오룽바오(小籠包)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게 절반에서 샤오룽바오를, 나머지 절반에선 식용유를 팔았으나 샤오룽바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샤오룽바오 식당으로 업종을 바꿨다. 달걀 볶음밥, 국수 등 메뉴도 추가했다.
1993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식당 중 하나로 뽑히면서 유명해진 딘타이펑은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했다. 1996년 일본 신주쿠점을 시작으로 2000년엔 첫 서구권 매장인 캘리포니아점을 열었다. 현재는 13국 170개 이상 매장에서 한 해 1억5000만달러(약 1950억원·2021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사이 2009년엔 첫 미쉐린 1스타(홍콩)를 받았으며, 2014년엔 CNN으로부터 ‘전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