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우호적인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27일 전·현직 대만 총통 중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국공 내전 종료 이후 74년 만이다.
중국 정부 초청으로 방문한 마잉주는 이날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난징·우한·창사·충칭·상하이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 기간에 중국 최고 지도부와 만나 양안 관계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마잉주의 방중은 내년 1월 대만 총통·입법원(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반중(反中) 성향인 민진당에 맞서는 국민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돼 대만이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만 유권자들에게 미리 줄 수 있다.
마잉주는 대만에서 비행기 탑승 전 “정부에서 양안 업무를 37세에 맡았으니, 36년을 기다린 끝에 대륙 땅을 밟게 된 것”이라며 “젊은 세대 간 열띤 교류를 통해 양안의 분위기를 개선하고 더욱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는 “중국이 마잉주 방중 하루 전에 맞춰 대만의 수교국이었던 중미 온두라스와 금전적 이득을 이용해 수교했다”면서 “마잉주가 타면자건(唾面自乾·남이 얼굴에 침을 뱉는 굴욕을 겪어도 마르기를 기다릴 만큼 참는다)을 택했다”고 했다.
마잉주는 이날 오후 항공기편으로 중국 상하이 푸둥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잉주를 영접한 중국 측 인사의 직급이 낮아 푸대접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공항에는 당중앙 대만판공실 천위안펑 부주임과 상하이당 상위 장웨이 등이 영접을 나왔다. TVBS는 “원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측근인 딩쉐샹 상무(수석) 부총리나 쑹타오 대만판공실 주임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훨씬 낮은 급의 인사가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5년 롄잔이 전·현직 총통이 아닌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만판공실의 부주임이 아닌 주임이 영접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의도적으로 낮은 직급의 인사를 보내 대만이 중국의 성(省)급 지역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마잉주의 이번 방문이 순수한 민간 교류 차원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에서 직급이 낮은 인사를 공항에 보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