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중국 광둥성 잔장(湛江)에서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남중국해를 맡은 해군 부대를 방문해 “실전 훈련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미·중 간 긴장이 높아지고 신냉전 양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시진핑이 남하(南下)해 국가 안보를 직접 챙긴 것이다. 시진핑은 국가주석, 공산당 총서기(당 1인자)와 중앙군사위(군 최고 사령탑) 주석을 겸하고 있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광둥성을 시찰하고 있는 시진핑은 이날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함께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부전구를 방문했다. 시진핑은 군 관계자들에게 “우리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고 주변 정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실전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신형 작전 역량 및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날 남부전구 해군 건설 현황을 담은 영상물을 시청하고, 업무 보고 또한 받았다.
시진핑의 이번 군 부대 방문은 중국이 지난 8~10일 차이잉원 방미에 항의하기 위해 실전에 가까운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벌인 직후다. 홍콩 명보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해군의 최강 함대인 남중국해 함대를 방문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11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중국이 대만에 대해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국가 정책에 큰 변화가 있거나 관건적 시기 때마다 광둥을 방문했다. 2012년 당 총서기에 오른 직후 첫 방문했고,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때 또다시 광둥성을 찾았다. 2020년에는 선전경제특구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방문했다. 신화 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올해 시진핑은 중국식 현대화 전면 추진을 위해 광둥성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의 상징인 광둥성은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이 1980년대 당 서기(1인자)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이번 광둥성 시찰은 미국의 대중 봉쇄·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여정이란 분석도 있다. 과거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이 벽에 부딪히자 직접 남쪽 거점 도시를 도는 ‘남순강화(南巡講話)’로 난관을 뚫었듯이 시진핑도 광둥성을 찾아 미국에 대항해 생존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광둥성 방문 기간에 시진핑은 안보를 집중적으로 챙겼을 뿐 아니라 광둥성 서부 농촌 지역인 마오밍시를 방문해 식량 자급을 강조했다. 또 시찰 3일 차에는 산업 현장으로 가서 자국 기업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인 LG디스플레이의 사업장을 방문했다. 시진핑이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이 미국이 중국의 첨단 공급망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