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뉴시스

중국 외교부는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이 말 참견[置喙]하는 것을 불허[不容]한다”고 했다. ‘말참견을 불허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한 것이다. 중국이 해외 정상의 발언에 대해 이 같은 강한 어조의 단어를 사용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이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요구받자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하며, 중국 핵심 이익 중에 핵심 이익”이라면서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인 스스로의 일”이라고 했다. 또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격과 경위가 완전히 다르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세계에 중국은 하나 뿐이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게재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우리 정부가 그동안 밝힌 기본 입장과 일치한데도 중국 측이 강도 높게 비난했다”면서 “중국이 방미를 앞둔 윤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