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3년 이상 닫힌 북한과 중국의 국경 개방을 앞두고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단둥을 찾은 단체 관광객들이 한복 체험을 하는 장면이다. 관광객 뒤로 압록강 건너편의 신의주가 보인다. 북·중 국경이 올해 다시 열리면 북한은 연간 5000만달러(약 670억원) 이상 관광 수입을 올릴 전망이다./단둥=이벌찬 특파원

북한 신의주를 볼 수 있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 단교(斷橋) 인근은 21일 중국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54인승 관광 버스가 5~10분마다 한 대씩 왔고, 강 위의 유람선 4척엔 승객 수백 명이 탑승했다. 한복 대여소마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결제했고, 사진사들은 인파 사이를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4개월 전인 작년 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인적이 드물었고, 유람선도 다니지 않았다.

북·중 국경이 올해 다시 열려 중국 관광객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면, 북한은 연간 최소 5000만달러(약 670억원) 외화 수입을 얻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 북한을 찾은 중국인은 매년 약 20만명으로,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90%를 차지했다. 현재 단둥에서 유람선 탑승을 포함한 1일 북한 테마 관광 비용은 300위안(약 5만8000원)부터다.

중국 단둥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중우의교(왼쪽)와 압록강대교. 건너편으로 북한 신의주가 보인다. /연합뉴스

단둥의 여행사 직원 가오씨는 “북한 출입이 원래 자유로웠던 중국인들이 코로나 사태 3년 동안 북한 관광에 갈증을 느낀 것 같다”면서 “지금은 유람선 타고 압록강 북·중 경계까지만 갈 수 있는데도 관광 문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6월 개성~평양~판문점 관광 예약’ 포스터를 내걸고 예약금을 가로채는 ‘관광 사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저장성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 장모(60)씨는 “북한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라면서 “중국의 1970~80년대를 북한에서 보는 ‘과거 여행’을 위해 북한에 가고자 한다”고 했다.

단둥의 압록강 단교 인근 대로변의 북한 전문 관광 업체와 북한 기념품점 20여 곳은 올해 들어 새 간판을 걸었다. 북한 식당과 기념품 가게 대부분의 문 앞에는 ‘직원 구함’ 문구가 붙어 있었다. 기념품 가게 직원은 “올해 초에는 가게 안이 텅 비었는데, 이젠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호객한다”고 했다.

단둥 소식통은 “하반기에 북한 신의주 관광이 먼저 재개되고, 이후 평양 관광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곧 중국에서 넘어가는 관광객들이 북한의 큰 돈줄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