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주세페 콘테(왼쪽) 이탈리아 총리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인 2019년 주요 7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 협정(BRI)에 서명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 연내 탈퇴할 뜻을 미국에 내비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G7(주요 7국)인 이탈리아가 이탈할 경우 올해 10주년을 맞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시진핑 정권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아프리카까지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잇는 사업이다.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기반시설 투자가 핵심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4일 로마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나 정부 차원에서 일대일로에서 맡은 역할을 철회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하를 방문 중인 멜로니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논의는 열려 있다”면서도 자신은 애초 일대일로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음을 거듭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이탈리아가 정부 간 일대일로 공동 건설 협력 문서에 서명한 이후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의 잠재력을 한층 더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3월 G7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맺었다. 주세페 콘테 당시 총리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협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탈퇴를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예상보다 경제적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수출은 2019년 130억유로에서 지난해 160억유로로 소폭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은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대만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인 대만 등으로부터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최근 일대일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오는 18~19일 실크로드 발원지인 중국 시안에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5국이 참여하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 6일에는 탈레반 정부가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을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 사업에 참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