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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등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중국이 들고 나오는 경제 보복 카드가 희토류입니다. 희토류 생산, 정제 공정을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죠.
희토류는 독특한 화학,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입니다.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제트엔진, LED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폭넓게 사용돼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5월 초 외신에 베트남의 작년 희토류 생산량이 2021년에 비해 10배나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21년 400톤이었던 생산량이 2022년 4300톤으로 급증하면서 세계 6위 생산국이 됐다고 해요. 베트남은 채굴 가능한 희토류 매장량이 2200만톤으로 중국(4400만톤)에 이어 세계 2위인 국가입니다. 아직 희토류 관련 산업 관련 기술은 중국보다 떨어지지만 호주, 일본 등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중국의 희토류 횡포를 막을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툭하면 ‘희토류 보복’ 협박
중국의 작년 희토류 생산량은 21만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했습니다. 희토류 정제 제품 시장은 85%, 희토류 영구자석 시장은 92%를 점유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다만 다른 국가들도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한때 98%에 달했던 중국의 비중은 점차 내려가는 추세예요.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서 외교 무기로 활용했습니다. 2019년에도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대응 카드로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 가능성을 거론했죠.
일본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희토류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베트남의 희토류 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베트남 매장량, 중국의 절반
전 세계 희토류 가채매장량은 1억3000만톤인데, 매장량 기준 중국의 비중은 34% 정도입니다. 베트남 2200만톤, 브라질 2100만톤, 러시아 2100만톤 등으로 다른 나라도 매장량이 적잖아요. 호주(420만톤), 미국(230만톤)도 꽤 됩니다.
매장량 비중에 비해 중국의 공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희토류 정제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환경을 크게 오염시키기 때문이에요. 희토류는 ‘희귀한 토양 물질’이라는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지표상에 상당량이 존재합니다. 다만 워낙 소량이 흙속에 포함돼 있어 추출하는 게 어렵다고 해요. 추출 과정에서 유독 화학물질을 쓰다 보니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방사성 물질도 나옵니다.
미국은 1980년대 희토류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환경오염 문제로 희토류 정제를 모두 중국에 맡기고 있어요. 작년 희토류 생산량이 4만3000톤이었는데, 모두 중국에 보내 정제했습니다.
희토류가 영구자석, 반도체 연마제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주로 쓰이는 만큼,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같은 수요국은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죠. 이 과정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베트남입니다.
◇호주·일본·캐나다 등 지원 나서
베트남은 코로나 19 팬데믹 과정에서 중국 내 공급망이 흔들렸을 때 글로벌 제조업체의 탈출구 역할을 했죠. 많은 기업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빼내 베트남으로 옮겼습니다. 중국처럼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지만, 체제가 중국에 비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서방 국가와 관계도 좋은 편이죠.
베트남 희토류 산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호주입니다. 호주 광산기업 ASM은 작년 12월 베트남 희토류 업체 VTRE의 옌바이 광산에서 생산되는 희토류 산화물을 연간 1000~2000톤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죠. 이 희토류 산화물은 한국으로 들어와 충북 오창에 있는 ASM의 자회사 KSM메탈스에서 금속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일본도 베트남 희토류 광산에 적잖은 자본을 투자했다고 해요. 베트남 최대 희토류 광산으로 꼽히는 라이쩌우 광산도 일본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도 베트남 희토류에 관심을 보인다고 해요.
베트남 희토류 기업은 중국보다는 떨어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이 자본을 투자하고 기술을 지원한다면 중국에 몰린 희토류 수요를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다고 해요.
◇미국도 ‘희토류 탈중국’ 본격화
3월초 일본 닛케이 보도를 보니 미국 최대 희토류 업체인 MP 머티리얼스가 미국 내 선광, 정제 공장을 완공해 올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동안 일본 스미토모상사를 거쳐 중국에 보내 정제해오던 것을 이제는 미국에서 정제한다는 거죠. 이렇게 정제된 희토류 산화물을 동남아 지역으로 보내 금속화한 뒤 도요타 등 일본 내 수요 기업에 공급한다고 합니다.
희토류 분야에서도 탈중국이 본격화되는 거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희토류를 전략 물자로 지정하고 MP 머티리얼스가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데 35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베트남 희토류 확보에 나서고 있죠. 작년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방한 당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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