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반발 속에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
1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주(駐)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와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는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세라 비앙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도 참석했다. 덩전중 대표는 “대만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은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1979년 이후 양자 간 가장 규모가 크고 전면적인 무역 협상”이라며 “대만과 미국 간 경제·무역 관계의 역사적 이정표”라고 했다.
이번 1차 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 전 단계에 해당한다. FTA의 핵심 주제인 관세 감축·폐지 등을 다루지 않지만, 세관 업무 간소화와 규제 개선, 물류 시간 단축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 경제무역협상 판공실은 이번 협정에 세관 행정·무역 편리화, 법제 작업, 서비스업 국내 규정, 반부패, 중소기업 등 5개 의제와 앞으로 협상할 노동, 환경, 농업, 디지털 무역, 표준, 국영사업, 비시장 정책과 관행 등 후속 협상 7개 의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판공실은 “대만과 미국의 경제·무역 거래를 위한 견실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인도·태평양 13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주도하면서 대만은 제외했다. 대신 지난해 6월 대만과 따로 경제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경제 협의체인 미·대만 이니셔티브를 만들었다. 이번 협정 체결은 미·대만 이니셔티브에 따른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수교국이 대만과 공식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포함해 어떠한 형태의 공식 왕래를 하는 것도 반대한다”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항의했다. 이어 미국 측에 외교적 항의를 뜻하는 ‘엄정한 교섭’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대만을 향해서는 “민진당 당국이 경제·무역 협력을 기치로 삼아 미국에 기대어 독립을 도모하는 것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