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관’인 루사예(盧沙野·59) 주(駐)프랑스 중국대사가 곧 귀임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2일 보도했다. 루 대사는 중국의 공공외교를 주관하는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지난 4월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유럽에서 비난이 커지자 중국 외교가에서는 그가 빠른 시일 내에 귀임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프랑스국제라디오방송(RFI)은 이날 “이번 인사 소식은 평범하지 않다”고 했다. RFI는 “58세의 루사예는 차관 은퇴 연령인 60세를 채우지 않고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면서 루 대사가 일선에서 뛰어야 할 시기에 명예직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단체인 인민대외우호협회는 고위급이 일선에서 은퇴 후 ‘남은 온기’를 사용하는 자리”라며 “현 회장인 린쑹톈 또한 남아프리카 대사를 맡다가 60세가 되어서야 이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또 “루사예는 예외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협회 회장직에서 은퇴하게 된다“면서 ”중국의 관례[潜文化]상 즉시 (루 대사에게) 처분을 내리는 대신 ‘인과 관계’가 드러나지 않게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이 주재국에서 물의를 일으킨 루 대사에게 명확한 문책성 인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전랑 외교’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루 대사가 맡게 될 인민대외우호협회는 민간외교를 총괄하는 전국 조직이다. 회장은 장관급 직책으로, 주요국 대사를 거친 이들이나 훙얼다이(혁명 원로 2세)가 맡아왔다. 중국 외교부가 루 대사의 체면은 지켜준 셈이다. 루 대사의 후임으로는 올해 58세의 덩리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임명될 전망이다.
루 대사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공격 당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때 거친 태도로 공세를 펼쳐온 인물이다. 지난해 12월엔 중국에서 발생한 ‘백지시위’를 두고 “외부 세력의 사주를 받은 ‘색깔혁명’”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3월에는 “만일 ‘늑대 전사’가 있다면 ‘미친개[瘋狗]’가 너무 많고 너무 흉악해서다”라는 막말을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프랑스 싱크탱크의 앙투안 봉다즈 박사를 향해 ‘삼류 폭력배’라고 말해 프랑스 외교부에 불려간 적도 했다. 지난 4월 21일에는 프랑스 방송 TF1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의 일부였다”면서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에 파문이 컸다.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이 즉각 항의했고, 유럽의회 소속 의원 80여 명은 루사예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 지정을 촉구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부랴부랴 “중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본지가 보도한 루 대사 귀임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루 대사가 귀임할 것이란 소식에 대해 “당신이 언급한 것은 거짓 뉴스”라고 하기도 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한국 매체가 루사예에 관한 가짜 뉴스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