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언사로 물의를 빚은 중국의 대표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관’ 루사예(盧沙野) 주(駐)프랑스 중국 대사가 곧 귀임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2일 보도했다. 루 대사는 중국의 공공 외교를 주관하는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에서 물러난 외교관들이 가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2019년 7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지난 4월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주권을 부정하는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이날 “이번 인사 소식은 범상치 않다”고 했다. RFI는 “58세의 루사예가 차관 은퇴 연령인 60세를 채우지 않고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면서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단체인 인민대외우호협회는 고위급이 일선에서 은퇴 후 ‘남은 온기’를 사용하는 자리”라며 “현 회장인 린쑹톈 또한 남아프리카 대사를 맡다가 60세가 되어서야 이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이어 “루사예는 예외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협회 회장으로 외교관직을 은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루 대사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공격당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때 거친 태도로 공세를 펼쳐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 4월 21일 프랑스 방송 인터뷰에서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고 해 유럽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부랴부랴 “중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선 중국이 국제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루 대사에게 명확한 문책성 인사를 내리지 않고 명예직을 준 것이 ‘전랑 외교’ 기조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루 대사가 맡을 인민대외우호협회는 민간 외교를 총괄하는 전국 조직이다. 회장은 장관급 직책으로 주요국 대사를 거친 이들이나 훙얼다이(혁명 원로 2세)가 주로 맡아왔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본지가 보도한 루 대사 귀임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거짓 뉴스”라고도 했지만 결국 한 달 만에 귀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