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 보아오포럼 행사장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조선DB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외국 기업인으로는 이례적으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앞서 팀 쿡(3월) 애플 CEO와 일론 머스크(5월) 테슬라 CEO 등 다른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도 중국을 찾았지만 시진핑과 만나는 일정은 없었다. 이번 만남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직전 성사된다는 점에서 경색된 미·중 관계를 풀 일종의 외교 행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각) “게이츠가 오는 16일 시 주석을 단독으로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의 단독 만남은 2015년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게이츠는 트위터에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에 왔다”고 했다.

시진핑과 게이츠는 공중 보건, 빈곤 퇴치 등 국제 공익 사업과 에너지 협력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계 관계자는 본지에 “중국의 국제 공익 프로젝트 투자 확대와 재생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하게 될 예정”이라면서 “앞서 중국을 방문한 머스크 테슬라 CEO는 리창 총리조차 만나지 못했지만, 게이츠는 격이 다른 대우를 받게 됐다”고 했다. 중국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게이츠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가 설립한 친환경 분야 투자 기업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중국의 주요 관심사인 재생에너지와 탄소 저감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2015년 9월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빌 게이츠 MS 공동 창업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후 만날 기회가 없던 두 사람은 16일 베이징에서 만나 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재계에서는 게이츠에 대해 “수십 년간 중국과 인연을 맺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그의 위상은 쿡, 머스크와 비교할 수 없이 높다”고 평가한다. 게이츠는 서방 기업들이 꺼리던 중국 시장에 1992년 과감하게 진출했다. 현지에 컴퓨터가 제대로 보급되기 전부터 공을 들인 것이다. MS는 ‘중국의 CEO 사관학교’라 할 만큼 중국 기업 수장도 대거 양성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이 대표적 MS 출신이다. 2006년 8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기업인 수백 명과 만난 곳이 워싱턴주 시애틀의 게이츠 자택이었다. 후진타오는 당시 건배사에서 “게이츠 회장이 중국의 친구이기 때문에 나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친구”라며 각별한 신뢰를 표했다. 게이츠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 중국 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500만달러(약 64억원)를 기부했고, 시진핑은 감사 편지를 보냈다. 중국은 게이츠가 전처 멀린다와 설립해 운영하는 자선 재단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주요 파트너 국가다.

이번 만남 이틀 뒤인 18일에는 블링컨 장관의 1박 2일 베이징 일정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미국의 대표적 친(親)민주당 기업인이기도 한 게이츠와 만난 일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 관계 개선 의사를 보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지난 2월 예정됐던 블링컨의 방중은 미국 상공으로 넘어온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