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친강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했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 이후 5년 만이다. 중국의 정찰 풍선, 대만 문제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성사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는 양측에서 9명씩 참여했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대미 업무를 관할하는 마자오쉬 부부장(차관)등 양국 외교 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블링컨과 친강은 미·중 소통 복원과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 등을 논의했다.
블링컨은 이틀간 베이징에 머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블링컨이 19일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블링컨의 이번 방중은 미·중 갈등 격화로 무력 충돌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블링컨은 이번 방중 의미에 대해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지난 17일 ‘블링컨이 이번 방중에서 미·중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몇 달 내에 시진핑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이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링컨과 중국 고위급은 이번 만남에서 미·중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 간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대만 문제 등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의 마지노선을 서로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미국이 제기한 ‘디리스킹(중국 의존도 완화를 통한 위험 제거)’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등도 비중 있게 논의될 의제다. 아울러 올해 미·중 정상 간 만남에 대해서도 거론할 전망이다. 시진핑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 참석해 바이든과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블링컨의 방중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들어 국제 무대에서 외교 성과를 거둔 중국이 블링컨을 마냥 환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블링컨 또한 중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앞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중국에 가는 것 자체가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한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만해협 긴장 완화가 양측 간 주요 의제가 돼야 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와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 등도 다뤄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