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1059
중국 위안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두 달 가까이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5월 중순 1달러당 7위안의 벽이 무너진 데 이어 6월말에는 7.25위안(이하 역외위안화 환율 기준)까지 치솟았어요. 1달러를 사는 데 더 많은 위안이 들어간다는 것이니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 겁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 제재로 대러시아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이 늘자 올 연초 “위안화가 달러를 대처할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죠. 중남미 대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위안화 무역 결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해제에도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고 5월에는 수출마저 감소한 것으로 나오자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어요. 달러 대체는커녕 위안화 가치 유지가 더 급한 상황이 됐습니다.
중국 당국은 6월말 위안화 환율이 7.25위안을 넘어서자 다급하게 시장에 개입했어요. 국유은행들이 홍콩 역외위안화(CNH) 시장에 달러 매물을 쏟아내며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겁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긴급 처방에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 위안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봐요.
◇더딘 경기 회복에 위안화 가치 급락
위안화 환율은 중국 외환 당국이 매일 기준가를 고시하는 역내 환율과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지의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환율로 나뉩니다. 두 환율은 큰 흐름은 일치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죠. 국제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역외시장을 많이 이용합니다.
위안화 환율은 늘 변하지만, 중국 당국은 달러당 7위안을 대체적인 기준선으로 봐요. 그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포치(破七)라고 하는데, 경계해야 할 상황으로 간주합니다.
위안화 환율은 작년 10월에도 최고 7.3753위안까지 올라간 적이 있어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점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죠. 제로 코로나가 해제된 작년 12월에야 달러 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상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연초 6.7위안까지 하락했던 위안화 환율이 다시 위험 수위에 이른 건 5월 중순이었어요.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에도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나자 위안화가 다시 힘을 잃기 시작한 겁니다. 5월 수출 증가율이 -7.5%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6월 중순부터는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아 7.2 위안을 돌파했죠.
◇해외투자자금 줄줄이 이탈
위안화 가치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금리 차이입니다. 미국은 작년 3월 이후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죠. 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금리를 내렸습니다.
급기야 작년 9월 양국 금리가 역전됐고, 최근에는 5년 만기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금리 차이가 1.5%포인트까지 벌어졌어요.
국제 투자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국채 시장과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 1440억 달러, 4분기 1068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올해 1분기에도 820억 달러 어치의 위안화 자산을 처분했어요. 위안화 자산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니 위안화 가치가 계속 내리막길인 겁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것도 위안화 가치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중국 경제가 더 안 좋아지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니 빨리 처분을 해서 환 손실을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러, 45억달러 규모 위안화 처분
재밌는 건 중국과 함께 “달러 대체”를 외쳤던 러시아도 위안화를 대대적으로 처분하는 중이라는 점이에요. 러시아는 작년 대중 무역에서 354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거뒀습니다. 위안화와 루블로 거래했으니 그에 해당하는 막대한 위안화가 러시아로 넘어온 거죠. 올 들어서도 5월까지 80억 달러의 흑자를 봤습니다.
러시아는 이렇게 들어온 위안화 중 45억 달러 어치를 작년 한 해 동안 처분했다고 해요. 국내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로 바꾼 물량도 있고 중국 국유은행 계좌를 거쳐 서방 채권자 등에게 돈을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위안화를 팔아 확보한 루블로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고 해외 채권자들에 대한 부채 상환에도 쓴 거죠. 올 들어서도 매달 수억 달러 어치의 위안화를 매각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외환보유고 중 위안화 물량은 3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중국 내에서는 러시아가 위안화를 대량 매각하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집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를 외환으로 계속 보유하면서 자국 상품을 수입하는데만 사용해주는 게 가장 좋겠죠.
반면 러시아는 중국이 러시아 내에서 유통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의 위안화 현금 통화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입니다. 따라서 자국 화폐인 루블이나 달러, 유로 등으로 바꿔 쓸 수밖에 없다는 거죠. 당장 국제 제재로 달러를 쓰지 못해 위안화를 대용으로 쓰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할 가치 있는 통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하루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위안화 역외 거래 규모에 비춰보면 러시아의 투매가 위안화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려워요.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어온 중국 내 국수주의자들에게는 러시아의 위안화 투매가 상당한 충격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