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친강(秦剛·57) 외교부장(장관급)의 후임으로 마자오쉬(馬朝旭·60) 외교부 부부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중국의 외교 노선인 ‘전랑(늑대 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친강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마자오쉬가 전날 베이징에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국) 외교장관 온라인 회의에 친강 대신 참석했다고 밝혔다. 마자오쉬는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출신으로, 베이징대 학사와 박사, 런던정경대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대사, 제네바 유엔 대사, 뉴욕 유엔본부 대사 등을 거친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통이다. 2019년 외교부 부부장(차관)에 올랐고, 올해 1월 외교부 2인자인 상무(常務) 부부장이 됐다. 3명의 부부장 가운데 선임 부부장으로, 다른 부부장들과 달리 장관급이다. 지난 5월 외교부 부부장이었던 셰펑이 주미 중국대사에 부임한 이후에는 미국 업무도 맡고 있다. 작년 말 친강과 외교부장직을 두고 경합했다.
친강의 행방을 놓고 불륜설·간첩설·내부투쟁설 등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중국 당국의 뚜렷한 설명 없이 마자오쉬가 친강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경우 중국 외교 라인에 대한 전 세계 외교가의 불신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선임연구원은 “최고위급 지도자의 해명 없는 실종은 (외부에서) 그 어떤 중국의 지도자나 관료도 신뢰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원래 이달 외교장관의 방중을 계획했지만, 카운터파트인 친강이 사라지면서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