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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실종 사건이 요즘 베이징 정가의 화제죠. G2(주요 2개국) 강대국 외교를 총괄하는 인물이 뚜렷한 이유없이 한 달 가까이 사라졌으니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브리핑에 나온 외교부 대변인들도 “몸이 아프다” “알려 드릴 정보가 없다”며 갈팡질팡하는 걸 보니 외교부도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홍콩 한 TV 앵커와의 불륜설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죠. 김정일 방중 정보를 한국에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리빈 전 주한중국대사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친강 역시 기밀 유출 등 중대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에서는 친강 사건보다 중국 전략미사일부대인 로켓군 수뇌부 숙청설이 더 큰 화제입니다. 핵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 수뇌부가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고, 한 부사령관은 자살했다는 설까지 나와요.
◇핵미사일 운용 전략미사일부대
로켓군 숙청설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5월 하순이었습니다. 로켓군 부사령관을 지낸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장전중(張振中) 중장과 그의 후임 류광빈(劉光斌) 로켓군 부사령관이 4월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어요. 두 사람은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기술 장교 출신입니다.
6월말에는 로켓군 사령관인 리위차오(李玉超) 상장(대장)이 6월26일 오전 사무실에서 회의 도중 끌려갔다는 소식이 트위터에 올라왔어요. 해군사령부 중샤오(中校·중령) 출신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야오청이 글을 올렸습니다.
2016년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여전히 중국군 내에 인맥이 풍부한 인물이죠. 야오청은 “리위차오의 아들이 미국 유학 중인데, 중국군 내부 정보가 미국에 흘러간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홍콩 명보도 “리위차오 사령관이 6월말 로켓군 진급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체포설을 뒷받침했죠.
◇“사령관은 체포, 부사령관은 자살”
이달 들어서는 중국 로켓군 부사령관 우궈화 중장이 7월6일 베이징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만 인터넷신문인 뉴톡신문은 “중국군은 내부에 우궈화 중장이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어요.
홍콩 명보는 7월13일 통신정보와 첩보, 전자전 등을 총괄하는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쥐간성(巨幹生) 상장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군은 군 내부 숙청 문제에 대해 일절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요. 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매체나 소셜미디어에는 관련 소식이 전혀 안 나와요.
다만, 중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홍콩 명보 등이 계속 보도하는 것으로 봐서 가짜뉴스는 아닌 듯합니다.
◇중 로켓군 해부한 미 공군 보고서
로켓군 숙청과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와요.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의 반란을 보면서 중국군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육군도 아니고, 전략미사일부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건 가능성이 작아 보여요.
시진핑 주석의 연임이 확정된 작년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직후 미국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CASI)가 방대한 분량의 중국 로켓군 보고서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로켓군 조직 구성, 각급 부대 지휘관과 주요 간부의 이름과 사진, 로켓군 기지 위치, 배치된 미사일 종류와 전력 평가 등이 망라된 255쪽짜리 보고서였죠. 위성사진만으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고급 정보였습니다. 야오청 전 중국 해군 중령은 “이런 수준의 전면적인 정보는 하급 간부로부터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에 기밀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조사일 것으로 분석했더군요.
지난 2월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당 고위층에 보고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첩보·전자전 분야 출신 집중 조사
최근 숙청설이 나오는 고위 장성들의 특징은 정보와 첩보, 통신 분야에서 주로 일한 인사들이라는 점입니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우궈화 중장은 전자정보 수집, 사이버전 등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총창모부 제3부(기술정찰부) 부장을 지냈고, 쥐간성 전략지원부대 사령관도 같은 부 부부장 경력이 있습니다.
장전중, 류광빈 중장은 레이더와 전자전 등에 관한 전문가들이에요. 장전중 중장은 지우촨(酒泉)·시창(西昌)·원창(文昌) 위성발사기지의 책임자 등으로 일했습니다. 류광빈 중장은 미사일 전자 시스템 등의 개발을 맡아왔어요.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은 일선 로켓군 부대장으로 성장해온 인물이지만 미국 유학 중인 아들 문제가 걸려 있다고 합니다.
정치 경력이 없는 과학자와 기술자, 정보수집 전문가 출신 고위 장성들이 조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와 같은 부패 등의 문제가 아니라 로켓군 내부 정보가 미국에 새나간 과정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미 공군의 한 보고서가 중국 전략미사일부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홍콩·대만 언론에서 나오는 이런 보도의 진위는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보여요.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는 육·해·공군과 함께 중국 5대 군종을 이루는 핵심 부대입니다. 이런 부대 사령관들이 조사를 받는다고 긴 시간을 비울 수는 없는 일이겠죠. 문제가 있다면 8월1일 중국 건군절을 앞두고 대규모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중화권 전문가들은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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