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켓군이 운용하는 둥펑-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조선일보DB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략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을 동시 교체했다. 최근 로켓군 수뇌부 10여 명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가운데 이례적인 인사조치를 한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25일 면직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의 ‘간첩설’에 등장하는 로켓군 사령관이 교체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진급식을 열고 왕허우빈(王厚斌) 전 해군 부사령관을 로켓군 사령관에, 남부전구 출신의 쉬시성(徐西盛)을 로켓군 정치위원에 임명했다. 정치위원은 군에서 당을 대표하는 핵심 인사다. 왕허우빈과 쉬시성 모두 로켓군 근무 경력이 없는 ‘외부 인사’로, 이번에 중장에서 상장으로 진급했다.

최근 로켓군 수뇌부는 공식 석상에서 잇달아 모습을 감추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교체된 리위차오(李玉超) 전 로켓군 사령관을 비롯해 류광빈(劉光斌) 현 부사령관, 장전중(張振中) 전 부사령관 등 10여 명의 전·현직 수뇌부의 소재가 불분명하며 이들이 군 중앙기율위(사정기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숨진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사인이 ‘극단적 선택’이란 보도가 나왔다.

로켓군에 대한 대규모 사정 작업은 내부 부패나 기밀 유출, 파벌 조직 등이 이유일 수 있다. 일각에선 친강의 실각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해 리위차오의 아들을 통해 중국 로켓군 정보가 미국으로 새어 나갔고, 이 과정에서 당시 주미 중국대사였던 친강이 연루됐다는 주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과거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최고 지도부)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을 때도 몇 달 후인 2014년 12월 중국 인민무장경찰무대에서 주요직을 동시에 교체한 인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FT는 “로켓군에 대한 대규모 사정 작업은 시진핑이 군 통제권 강화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