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초 국경을 전면 재개방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을 외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각) “중국과 서방국가들의 인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기조가 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문화여유부의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WSJ가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2000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1분기(370만명)의 1.4% 수준에 그쳤다. 이 시기에 외국인의 중국 비자 발급과 항공편 예약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감소 폭이 매우 크다. 올해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를 찾은 외국인 수 또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났다.
중국관광협회의 스마트관광분회(分會)장인 샤오첸후이(肖潛輝)는 지난 5월 9일 중국 우시에서 열린 관광 포럼에서 “중국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코로나가 ‘정지’ 버튼을 누른 이후 아직도 저점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 수준이 높은 유럽과 미국·일본·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 이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지출 규모는 한국 등과 비교해 작다고 알려졌다.
외국의 중국 관광 수요가 급감한 것은 중국이 미국 등과 갈등을 빚으며 국가 이미지가 하락한 데다 현지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자국민에게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국을 여행하는 미국 시민들은 영사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장기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간첩 행위’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개정 반(反)간첩법 시행에 들어갔다. 놀고 쉬러 가는 관광객 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WSJ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방과의 인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더욱 낯설게 여기고, 탈중국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을 찾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한국과 미국 등 해외로 몰려가고 있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96만1000여 명 가운데 일본인에 이어 중국인(16만8000여 명)이 가장 많았다. 7월 방한 관광객 1위 국가는 중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중국인에게 발급된 한국 비자는 11만4109건으로 전년 동기(9224건)의 12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