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에서 중국 해안경비정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최근 친미(親美)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필리핀을 겨냥해 중국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6일에도 이 지역에서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중국 함정이 레이저를 겨냥해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
필리핀 군은 5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중국 해안경비정이 자국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성명에서 “우리 선박을 상대로 중국이 과도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했다”면서 “국제 협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제상설재판소(PCA)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 해역을 침범한 필리핀 선박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맞섰다. 간위 중국 해경 대변인은 이날 해경국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해경은 법률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고, 불법 건축 자재를 실은 필리핀 선박을 차단했다”면서 “필리핀이 이 해역에서 권익 침해 활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해경은 법률에 따라 중국 관할 해역에서 권리 보호·법 집행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이 물대포를 쏜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 지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다. 현재 필리핀 해군이 주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1953년 남중국해에 그은 9개 선인 ‘남해구단선’에 이곳이 포함되기 때문에 자국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 같은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필리핀을 비롯한 인근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필리핀이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친중 행보를 이어갔던 필리핀은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일본과 첫 해상 훈련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