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조선DB

미·중이 양국 관계의 민감한 현안들을 논의할 소통 채널들을 새로 구축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양국의 우발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마련 논의가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해양 문제에 초점을 둔 실무 그룹 두 개를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양 문제’에는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남중국해 관련 사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국장이 미국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세라 배런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과 만나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 채널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앞으로 몇 달 안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 자문 회사인 ‘아시아 그룹’의 커트 통 본부장은 “임시 합의에 그치지 않고 핵심 사안에 대한 체계적인 소통이 가능한 장(場)이 미·중 간에 마련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도 소통 채널 구축이 양국의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소통 채널을 통해 일부 핵심 쟁점과 긴급 상황에 대한 오판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미국의 대중 정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해와 오판”이라고 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있지만, 관계 관리가 점차 성숙해지고 예측 가능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새 소통 채널들은 양국의 경제·무역 분야를 비롯해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방·안보, 사이버 보안, 기술 규제 등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미국이 군함과 군용기 등을 파견하고, 중국이 무력 시위로 맞서며 우발적 충돌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새 소통 채널이 미·중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미·중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만 문제는 실무 그룹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중·미 3개 공동성명에 있기 때문에 소통 채널에서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중 성향 대만 집권 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이달 중순 파라과이 방문 때 미국을 경유하기로 하면서 대만해협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