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의 건설 현장./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가운데 ‘도미노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 작은 충격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채권 이자를 갚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450억∼550억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12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비구이위안보다 낮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을 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93%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50% 미만이다. 위안양(12%)은 지난 2일 20억 위안(약 3650억원) 규모 채권을 갚지 못했고, 야쥐러(33%)·신청(63%) 등의 채무 상환 능력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지난달엔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인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이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비구이위안이 무너지면 2021년 헝다 디폴트 사태보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또다시 얼어붙으면 부동산 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다. 중국 전역의 비구이위안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건으로 헝다의 4배 수준이라 중국인들의 체감 충격이 더욱 큰 것도 문제다.

중국 정부의 개입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경제 회복은커녕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 대도시보다 타격을 많이 받는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집값 하락세로 휘청이고 있고, ‘란웨이러우(爛尾樓·1년 이상 건설 중단된 아파트)’는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면 중국 지방정부가 재정 파탄 위기에 몰리고, 금융 시장 또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 지방정부는 땅을 건설업체에 팔거나 업체 간 사용권 이전을 허가해 재정 수입의 대부분을 충당한다. 2021년에는 전체 지방정부 수입의 92.7%가 토지 판매 수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방정부의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공생 관계인 부동산 기업들의 부실을 인수해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케이스도 많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도산하면 지방정부 특수법인들이 발행한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중국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퍼질 수 있다. 이들의 채권은 중국 전체 회사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분야가 GDP의 25%를 차지하고, 주택 관련 대출이 전체 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5%에 달한다. 중국 가정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분의 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