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그동안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대상 지역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 수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일본 수산물 수출 총액의 42% 차지)인 중국이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오후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개시되자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가져다줄 방사성 오염 위험을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며, 수입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오늘부터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일본을 향해 오염수 방류 관련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방류를 강행했다”면서 “중국은 단호한 반대와 강한 규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처리는 중대한 핵 안전 문제로 국경을 초월한 영향이 있다”며 “인류가 평화롭게 핵에너지를 이용한 이래 인위적으로 해양에 핵 사고 오염수를 방류한 선례가 없고, 공인된 처리 기준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12년 전 후쿠시마 핵 사고는 이미 엄중한 재난을 일으켰고 바다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내보냈다”면서 “일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민중과 세계 인민에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일본은 무책임한 오염수 방류로 스스로를 국제 피고석에 앉혔고, 앞으로 장기간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며 “이날(24일)이 해양환경 재앙의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2일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쑨웨이둥은 “일본은 전 세계에 핵 오염의 위험을 전가하고 사리사욕을 우선시했다”면서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보다 일찍 일본 수산물 차단 확대 조치를 취했다. 홍콩 환경생태국 국장(장관급)인 셰잔환은 지난 22일 후쿠시마·도쿄·지바·이바라키·도치기·군마·미야기·니가타·나가노·사이타마 등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수입 금지 지역을 기존 후쿠시마 등 5개 현에서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수입 금지 품목에는 모든 종류의 활어 및 냉동·냉장·건조된 수산물, 바다 소금, 신선·가공 해초 등이 포함된다.
중국인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며 수산물 소비를 줄이고 있다. 24일 낮 12시 베이징 번화가 궈마오의 한 고급 대게 전문 식당은 점심 시간인데도 평소와 달리 손님이 거의 없었다. 식당 입구의 직원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희는 일본산 대게는 일체 쓰지 않고, 알래스카산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생선요리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업가 A씨는 “손님들이 뚝 끊길까봐 걱정”이라면서 “당분간 생선을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베이징 궈마오의 ‘허마셴셩’ 매장도 해산물 코너가 한산했다.
베이징의 한 외국계 은행 직원은 “해외 자료들을 많이 봐서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바닷물과 섞여 희석되면 인체에 악영향이 없다는 걸 안다”면서도 “과거부터 중국을 위협해온 일본이 자국의 문제를 외부에 떠넘기는 행태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정식 개시’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라 조회수 8억 회를 기록했다.
중국은 국내에서 ‘수산물 공포’가 커지면 자국산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24일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2023년도 중국 관할 해역 방사능 검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중국의 바다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추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