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베이징 궈마오의 한 고급 대게 요리 전문점이 텅 비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이 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기존에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대상 지역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일본 수산물 수출액(3873억엔·약 3조5200억원) 중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42%(1626억엔)에 달한다. 반면 유럽연합(EU, 수출 비중 약 5%)은 지난달 일본 수산물 수입 제한을 철폐했고 미국은 2021년부터 일본 수산물을 정상 수입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개시되자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가져다줄 방사성 오염 위험을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며 수입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오늘부터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을 향해 오염수 방류 관련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담화문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했다”며 “일본은 무책임한 오염수 방류로 스스로를 국제 피고석에 앉혔고, 앞으로 장기간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왕원빈 대변인이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며 “이날(24일)이 해양환경 재앙의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2일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래픽=이지원

홍콩은 중국 본토보다 먼저 일본 수산물 차단 확대 조치를 취했다. 홍콩 환경생태국은 지난 22일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을 기존 5개 현에서 10개 현으로 늘렸다. 24일 웨이보(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정식 개시’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라 조회수 21억 회를 기록했다.

반면 서방국가들은 중국과 정반대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는 지난달 13일 EU·일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다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행해 오던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12년 만에 완전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후쿠시마현 등 10개 현의 농수산물을 EU에 수출할 때 내야 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더는 낼 필요가 없어졌다. EU의 이와 같은 결정은 소속 27국 4억5000만 인구에 모두 적용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당시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으며, 27개 회원국도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서 방류되는 오염수 -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정화 희석 처리된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U에 이어 스위스도 지난 15일부터 후쿠시마 및 인근 10개 현의 수산물과 버섯류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해제했다. 미국은 앞서 2021년 9월에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제한을 모두 철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직후 10여 년간 후쿠시마와 인근 14개 현의 수산물과 쌀, 표고버섯 등 100여 개 농수산물과 관련한 식품 일체의 수입을 규제했었다. 그러나 그해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해제를 요청했고, FDA가 “일본산 농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밝히면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이 전면 재개됐다.

한국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일부의 수입을 금지했고, 2013년 9월엔 해당 지역의 수산물 전체로 수입 금지 대상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