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장제스(1887~1975)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蔣萬安·45) 타이베이 시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그가 2016년 정치에 입문한 후 첫 중국 본토 방문이다. 중국은 친중 성향 야당인 국민당 소속의 장완안을 환대하고, 장완안은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만 선거에서 친중 진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장완안은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중국·대만 협의체 ‘솽청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9일 사흘 일정으로 방중했다. 이 포럼은 중국 본토와 대만의 유일하게 남은 공식 소통 창구로, 2010년부터 매년 타이베이·상하이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고 있다. 장완안은 포럼 연설에서 “상하이, 느낌(feel)이 좋다”면서 “솽청(雙城·타이베이와 상하이)의 사이가 좋으면, 양안 관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장완안은 전날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최대 화물 항구로 꼽히는 양산 심수항을 찾았다. 이 항구는 쑨원(孫文·1866∼1925)이 건설을 적극 추진했던 곳으로 양안 경제 교류를 상징한다. 또 당일 밤에는 상하이 청황먀오커우 야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하트’를 날리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중국은 장완안을 적극 환대했다. 상하이훙차오 공항에는 화위안 상하이 부시장이 직접 마중 나왔고, 궁정 상하이 시장은 장완안을 위한 만찬을 마련했다. 장완안은 궁정과의 만남에서 할아버지 장징궈 전 총통의 말을 인용해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흐름이 바뀌고 있다”면서 “양안의 평화, 호혜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이 장완안에게 유달리 공들이는 데는 장제스 혈통이라는 상징성도 작용했다. 장제스는 중국 공산당과 싸우다 대만으로 쫓겨났지만, ‘하나의 중국’을 천명했기 때문에 중국에선 ‘친중’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완안은 장샤오옌 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의 아들이다.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 전 총통이 비서와 혼외 관계에서 장샤오옌을 낳았지만, 본처가 반대해 아들을 호적에 올리지 못하다가 훗날 인정됐다. 장완안은 열 살까지 자신이 장제스 혈통이란 사실을 몰랐고 이후에도 장씨 가문 친척과 교류가 드물었다고 한다. 장완안은 대만 국립정치대를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 취득 후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대만으로 돌아왔다. 국민당 당내 경선을 거쳐 2016년 입법위원(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고 재선 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직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중도 보수 성향으로, 증조부를 닮았다는 평가도 받으면서 국민당 차차기 총통 후보 등에 거론되고 있다.
장완안은 한국과의 교류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 달 24~26일 열리는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 포럼’ 참석차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대만대표부에 따르면 타이베이 시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5년 커원저 당시 시장(현 민중당 총통 후보) 이후 8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