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위기론이 확산하자, 중국 고위 관료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올해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전반적인 회복세가 좋다”면서 “우리는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추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앞서 IMF는 지난달 25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직전(4월)보다 0.2%포인트 상향했지만, 중국은 종전 전망인 5.2%를 유지했다. IMF는 중국의 회복세가 부진하고 부동산 침체 위험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셰펑 주미 중국 대사도 지난달 31일 “올해 상반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는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앞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중국 경제는 당신의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붕괴할 수 있고, 미국은 여전히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망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고위 관료들의 잇단 반박에도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 진원지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험이 여전한 데다, 고용·소비·생산·수출·물가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와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만난 1일 비구이위안 채권단은 39억위안(약 7090억원) 규모의 비구이위안 회사채 상환 기한을 2026년으로 연장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내년 초까지 또 다른 채권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리서치 업체 자베칼 드래거노믹스 분석가들을 인용해 “중국 부동산 침체는 빠르게 반전되지 않을 것이며, 상황이 개선되기 전에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31일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파산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Ca(디폴트 임박 상태)’로 강등했다. 무디스의 신용 등급 체계에서 Ca는 ‘C(파산을 뜻하는 최하위 등급)’ 바로 위 등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