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4일 “경제 회복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기구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을 0.2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지준율 인하는 15일 시행된다. 지준율은 은행이 보유한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을 뜻한다 이번 인하로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7.4%가 됐다. 중국은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지준율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이번 인하로 약 5000억위안(약 91조원)이 시중에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지준율을 낮췄다. 인민은행은 지난 3월 27일 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대수만관(大水漫灌·양적완화의 중국식 표현)하지는 않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지준율 인하 발표문에선 이 같은 표현을 빼고 “통화정책 도구의 기능 발휘” “전반적인 환율 안정 유지” 등 문구를 추가했다. 소극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갈등과 대형 건설 회사인 비구이위안발(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기대했던 ‘리오프닝’(코로나 이후 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내려가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생산자물가는 8월까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중국의 주력 경제 동력이었던 수출의 증가율까지 최근 4개월 연속(5~8월) 감소세다. ‘비구이위안 사태’로 인해 중국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런 가운데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1일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종전 연 3.55%에서 3.45%로 0.1%포인트 내렸다. LPR은 중국에서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통한다. 이번 지준율 인하 또한 당국의 경제 부양 의지를 보여주면서 시장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7월부터 10회 연속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