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전(前) 중국 외교부장(장관)./AFP 연합뉴스

두 달 전 돌연 면직(免職) 처분을 받은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장관)의 공식 실각 사유가 공개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중앙정부 고위급들과 지방정부 일인자들이 지난달 친강이 주미대사 시절 혼외 관계로 인해 해임됐다는 내용을 담은 당의 조사 결과를 전달 받았다고 보도했다. 친강의 비위를 조사한 보고서가 내부에서 공유된 것은 그의 공직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다. 다만 ‘성적 일탈’은 중국에서 고위급을 퇴출시킬 때 내세우는 명분으로, 친강이 낙마한 실질적인 이유가 아닐 수 있다.

WSJ에 따르면 조사 보고서에서 밝힌 친강의 실각 사유는 성적 일탈을 뜻하는 ‘생활 방식 문제’였다. 친강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미 중국 대사를 지내는 동안 한 여성과 불륜 관계였고, 미국에서 아이까지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친강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 때문에 미국을 상대할 때 중국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것을 중국 지도부가 우려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30일 친강을 외교부장으로 발탁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5일부터 친강은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취임 7개월 만인 7월 25일 전격 해임됐다. 그의 후임으론 시진핑 외교 정책의 일인자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임명됐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중국 고위급의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가 안보 위협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외국과 접점이 많은 고위 관료나 기밀을 다루는 군 간부들이 내부 조사 타깃이 되며 퇴출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창 실각 이후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이 지난 7월 31일 교체됐고, 리상푸 국방부장(장관)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낙마 의혹이 커지고 있다. WSJ는 “중국에서 해외 관료나 기업들과의 만남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경제 관료들조차 대부분의 사안을 당국에 보고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