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러 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다음 달 베이징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는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전방위 제재 속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북·중·러 연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회담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참석 요청을 수락한다는 의사를 왕이에게 밝혔다. 지난 19일에는 푸틴 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왕이와 만난 자리에서 “10월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세밀한 양자 협상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 달 베이징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 3월 시진핑의 방러 이후 7개월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게 된다. 푸틴의 방중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그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ICC는 지난 3월 전쟁 중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혐의로 푸틴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푸틴은 왕이와 한 회담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높이 평가하고 적극 지지하며, 이를 왜곡하고 먹칠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유라시아 경제 연합과 일대일로 연결을 강화하고 지역 통합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거대한 유라시아 공간을 만들기 위한 구상을 통합시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등 중·러가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통해 양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는 “혼란에 빠진 국제 정세 속에서 경제 세계화에 역행하는 일방적 행위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패권주의는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중·러를 압박하는 미국을 비판하며 양국 우호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다. 왕이는 “(중·러) 양측은 다자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며 국제 질서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