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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태평양을 건너 일본으로 향하는 미 해군 대형무인수상함(LSUV) 레인저호(앞)와 마리너호. 두 드론 함정은 미 7함대 소속 레이건호 항모전단 등과 함께 '통합 전투 과제'라는 이름의 합동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 해군

미 해군이 9월18일 대형무인수상함(LUSV) 마리너호와 레인저호가 7함대 사령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인 103대의 군용기를 보내 대만을 위협한 날이죠. 이런 날에 마치 중국 보란 듯 드론 함정 배치 사실을 공개한 겁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유령함대(Ghost Fleet)’라는 이름의 드론 함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죠. 지금까지 6척의 시제함을 제작했는데, 미중 양국이 대치 중인 서태평양 지역에 배치한 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 연안에서 주로 시험 운항과 훈련을 해왔어요.

드론 함정은 중국 해군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군보다 더 많은 전함을 보유한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건조 비용이 저렴하면서 유인 전투함 수준의 작전 능력을 갖춘 무인 함정을 개발한 거죠. 7함대 사령부에 드론 함정을 보낸 건 대만 유사시 이 함정을 쓰겠다는 뜻입니다.

◇대형 함정은 이지스 전투 시스템 갖춰

미국이 개발 중인 드론 함정은 길이 60~90m에 배수량 1000~2000t인 LUSV가 주력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원된 드론 함정과는 체급 자체가 다른 기종이죠. 여기에 배수량 500t가량의 중형무인수상함(MUSV), 길이 16m에 배수량 50t인 초대형무인잠수정(XLUUV) 등도 개발 중입니다.

LUSV는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해요. 고성능 레이더로 지상과 공중, 해상의 목표를 탐색하고 미사일로 공격하는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전자전 장비와 첩보 장비 등을 탑재해 함대 선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도 하죠. 16~32개의 수직발사관을 통해 대함 미사일, 요격 미사일 등도 발사할 수 있습니다.

LUSV는 미 해군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와 전투 전대를 구성할 것으로 보여요. 유인 구축함의 지시를 받아 첩보 수집, 목표 탐색, 미사일 발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겁니다. 미 해군 무인수상함 지휘관인 제러미 달레이 중령은 “3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한 개 수상함 전대에 LUSV 몇 척을 추가하면 3개 수상함 전대를 투입해야 하는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고 했어요.

2021년9월 미 해군 드론 함정 레인저호가 SM-6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미 국방부

◇제작비, 구축함의 7분의 1

크기는 작지만 기동성이 좋은 MUSV는 잠수함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능이 탁월하다고 합니다. 시험용으로 씨헌터호와 씨호크호를 제작해 시험 중이죠. 이 두 척도 7함대에 배치됐습니다. 초대형무인잠수정은 보잉사의 에코 보이저가 시험용으로 채택돼 제작 중이에요. 수중에서 1만2000㎞를 항해합니다.

드론 함정의 장점은 제작비가 싸다는 점이에요. 미 해군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총 9척의 LUSV를 제작할 계획인데, 한 척당 건조비가 2억6000만 달러 전후입니다. 이지스 구축함 제작비용이 18억 달러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구축함 한 척 만드는 돈으로 7척의 LUSV를 만들 수 있어요.

또 무인이어서 공격을 받아 침몰해도 인명 손상이 없습니다. 최전선에 무인 함정을 먼저 투입해 상황을 확인하고 적진을 교란하고 나서 수상함 전대가 출동해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죠.

미 해군의 드론 함정 개발 계획. 2019년부터 시제함을 제작해 시험 운항과 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 해군

◇칼빈슨호 항모전단과 합동 작전

서태평양 지역 중국의 방어 개념을 흔히 ‘반접근거부(A2AD)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필리핀에서 대만,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남부까지 이어지는 제1 도련선(島鏈線)을 긋고 그 안으로 미국 함대가 못 들어오도록 한다는 거죠. 유사시 미국 항모전단이 이 선을 넘어 대만으로 접근한다면 DF-21D 대함탄도미사일, 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쏟아부을 겁니다.

이런 전략에 맞서 미군은 먼저 줌왈트 스텔스 구축함이 이끄는 드론 함정, 드론 잠수정 부대를 먼저 투입해 대만해협을 건너오는 중국 함대에 맞대응한다는 구상이에요. 항모전단은 미사일 사정거리 밖에서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 뛰어들겠다는 겁니다.

미 해군은 레인저호와 마리너호의 최근 훈련 상황도 공개했어요. 두 함정은 8월 중순 미 해군 6개 함대가 공동으로 주관한 ‘대규모 군사 훈련(Large Scale Exercise) 2023′에 참여해 핵 추진 항모 칼빈슨호와 훈련을 했다고 해요. 구축함 전단, 해병대 원정부대와도 작전했습니다. 해군과 해병대 고위급 지휘관들에게 드론 함정 활용법을 가르친 거죠. 사실상 드론 함정이 실전 투입단계에 왔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국의 대미 방어전략의 핵심은 제1 도련선. /조선일보DB

◇“미 유령함대, 중 안보에 큰 위협”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한 건 7함대 지휘관들에게도 드론 함정 활용법을 익힐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겠죠. 요코스카항은 레이건호 항모전단의 모항입니다. 일본 해상 자위대도 함께 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개발 중인 드론 함정은 아직 기술적 난제가 적잖은데, 미국이 이미 실전투입 단계까지 왔다는 것에 놀라는 분위기예요.

CCTV 군사평론가인 쑹쭝핑은 “드론 함정은 크기가 작아 방어망 돌파 능력이 강하고, 수상함을 대신해 근접 정찰은 물론 공격도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드론 함정이 중국 항구나 군사기지를 공격한다면 큰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남중국해 도서 지역에 투입되는 미 해병대의 원정 작전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영국 기술이 적용된 무인기와 무인함정으로 러시아의 주요 군사목표를 타격하면서 강력한 공격 능력을 보여줬다”고도 했어요.

9월21일 후베이위성TV에 나온 군사평론가 쑹쭝핑이 미국 드론 함정의 안보 위협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장강신문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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