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선거 개입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만연합보에 따르면 4일 차이밍옌 대만 국가안전국 국장은 대만의 국회 격인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중국 공산당이 대만 선거에 간섭할 방법은 아주 많다”며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만 중국시보의 지난달 19~20일 여론조사 결과, 반중(反中) 성향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의 지지율은 38.2%로, 친중(親中)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18.8%)를 앞섰다. 향후 중국의 조작으로 허우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올 경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차이 국장은 또 “(중국이)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만) 상륙 훈련 등을 실시하는 군사 위협은 물론이고 경제 압박 등 수단을 쓸 수 있다”며 “거짓 뉴스 유포로 이번 선거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란 구도를 만들어 공포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만든 가짜 뉴스를 대만 국가안전국이 적발해 행정원(정부 격)에 통보한 사례가 1700건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중국의 대만 총통 선거 개입 의혹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1월 총통 선거를 두 달 앞둔 2019년 11월 자신을 중국 스파이라고 밝히며 호주 망명을 신청한 왕리창은 한 호주 매체 인터뷰에서 중국이 반중 성향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을 막으려고 1년 전부터 온라인 공작 부대를 꾸려 친중 여론을 조성하고 친중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등 조직적 선거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왕리창 폭로를 계기로 반중 여론이 거세졌다. 같은 해 12월 대만 입법원은 정치자금 지원 등 해외 적대 세력의 공작에 관여하면 최장 5년 징역에 처하는 내용의 반침투법을 제정했다.
현재 대만 총통 선거는 4파전 양상이다. 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선두를 달리고, 국민당의 허우유이 신베이시 시장,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주석이 2·3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5월)에서 허우유이에 패한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도 지난 8월 돌연 무소속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는데, 그 또한 친중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편 대만 검찰이 중국공산당의 지시를 받고 활동한 혐의로 친중파 정치인 2명을 3일 기소했다고 자유시보가 4일 보도했다. 이날 검찰은 린더왕(林德旺) 대만인민공산당 대표, 정젠신(鄭建炘) 부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며 “해외 적대 세력의 지시와 금전적 도움을 받아 주권과 민주주의 헌정 질서에 피해를 줬다”고 했다. 기업가 출신인 린더왕은 2017년 대만인민공산당을 창당한 이후 수차례 중국을 찾았고, 중국 지시에 따라 중국공산당 이념을 홍보하는 여러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20차례 항의 시위를 주도했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린더왕은 중국 지시에 따라 지난 2018년 반중 성향이 강한 타이난의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지난해에는 정젠신에게 자금을 지원해 타이베이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