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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7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그는 10월 둘째주 중국을 방문한다. /UPI 연합뉴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당파 상원의원 6명을 이끌고 곧 중국을 방문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이후 최근까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켈리 기후변화 특사,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 등을 연속으로 중국에 보냈죠. 마지막으로 ‘민주당 실세’ 슈머 원내대표까지 중국을 찾는 셈입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 중 한 명이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한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입법을 주도했습니다.

이런 그가 중국을 방문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가장 큰 현안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이 회의에 참석하면 미중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으로 최악의 상태까지 치달은 미중관계를 소통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 뺀 아시아 순방, 반색하는 중국

중국은 반색하는 분위기에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월4일 “미 의회 상원 대표단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미 의회의 중국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증진시키고 양국 관계 발전에 적극적인 요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부드러운 어조였어요.

슈머 원내대표는 반도체지원법 추진 등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을 방문하는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도 대만은 뺐죠. 중국의 체면을 고려한 겁니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으로부터 시작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잇따른 방중은 미중 관계를 작년 8월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보여요.

그전까지만 해도 미중 양국은 군사 핫라인을 통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고위급 소통 채널도 열려 있었죠. 그러나 올 2월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하면서 이런 소통 채널은 완전히 끊겼다고 합니다. 당시 미군은 핫라인을 통해 중국에 연락했지만, 중국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6월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핫라인 복원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중국 측은 회담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미중 정상. /로이터 연합뉴스

◇왕이, 허리펑도 미국 답방할 듯

미국 측이 성의를 표시하자 중국도 호응하는 분위기에요.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8월14일 남태평양 피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군 참모총장 회의에서 쉬치링 중국 중앙군사위 합동참모부 부참모장을 만나 회담했습니다. 군사 핫라인 복원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여요.

왕이 외교부장은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가 미국을 찾는 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입니다.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때 있을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방문으로 보여요.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의 미국 방문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믿는 측근 인물이죠.

중국 국영 항공사들이 주문해놓고도 찾아가지 않아 재고로 쌓여 있던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인도 절차도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재고 물량이 140대에 이른다고 해요.

9월16일 몰타에서 만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쇠퇴하는 대국, 모험주의 흐르지 않게 관리”

미국과 중국이 다시 대화의 길로 들어섰지만 반도체 제재, 대만 문제 등 첨예한 쟁점이 당장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여요.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경쟁은 하되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중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었죠.

미국 내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는 중국을 계속 몰아붙여 신냉전으로 가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잖습니다.

브렛 스티븐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8월30일 ‘쇠퇴하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마주칠 도전 과제는 중국의 굴기가 아니라 쇠퇴”라면서 “쇠퇴하는 대국이 모험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서방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어요.

미 하원 군사위 위원이면서 중국특위 위원인 로 칸나 의원(가운데)이 4월25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후버연구소

◇중국엔 외교 고립 탈피 기회

로 칸나 미 하원의원(민주당)도 지난 4월 스탠퍼드대 세미나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 ‘건설적인 재균형(Constructive Rebalancing)’ 노선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하원 군사위 위원이면서 중국특위 위원도 맡은 인물이죠.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중 무역적자 감소와 갈등 해소를 위한 경제 재조정, 다양한 차원의 의사소통, 효과적인 군사적 억지, 아시아 동맹국 존중 등을 제시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대만 침공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억지력을 유지하되 경제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거죠. 중국도 안으로는 경제가 침체 일로에 있고, 밖으로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등 신경 쓰이는 대목이 적잖습니다. 미중 관계 복원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계속돼온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협상 과정에서 대중 무역 제재를 일부 풀어낼 수 있다면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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