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시진핑(맨 앞)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9일 베이징에서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단을 만나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000가지(一千條)나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라고 했다. 다음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중이 소통을 강화하며 갈등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상하이에 도착한 슈머 일행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미 의회 대표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푸젠홀에서 슈머 일행과 가진 회담에서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라며 “변화와 혼란 속에서 양국이 어떻게 잘 지내느냐가 인류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또 “중국과 미국은 양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인류의 진보를 촉진하며 대국의 넓은 마음과 비전,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세계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의 평화공존에 대한 역사적 논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 의회 대표단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AP 연합뉴스

슈머는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정과 공정을 원하며 양국 경제를 분리시킬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도 미·중 신경전은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슈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중국 대응을 언급하며 “당신과 중국인들이 이스라엘 편에 서서 이들에 대한 비겁하고 악랄한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비극에서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동정이나 지지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왕 부장(외교부 장관)의 성명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슈머 일행과의 회담 장소를 인민대회당의 푸젠청(廳)으로 정해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푸젠은 중국 동남부의 성(省)으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시진핑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만날 때도 이 회담장을 선택했다.

슈머의 방중은 다음달 APEC에서 열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의 회담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평가된다. 지난 7일 슈머와 함께 공화당 마이크 크레이포, 빌 캐시디, 존 케네디 상원의원, 민주당 매기 해선, 존 오소프 상원의원이 중국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