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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에 대해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22개국 출신 외국인들도 다수가 죽고 납치됐다고 하죠.
많은 나라가 이 테러 행위를 규탄하면서 자국민 피해 상황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만 유독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현지 이스라엘 중화상회는 9일 이번 공격으로 2명의 중국인이 사망했고, 3명은 실종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중국인 피해를 묻는 질문에 “확인 중”이라고 하면서 피해 규모 공개를 꺼렸어요. 중국인 피해에 관한 외신 보도와 피해 영상이 계속 나오자 12일 마지못해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여러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척 슈머 훈계 들은 시진핑
중국 외교부의 대응은 사건 초기부터 상식과 거리가 멀었어요.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에서 “긴장 고조와 폭력 사태 확대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관련 각국이 자제하면서 전투를 멈추고 민간인을 보호해 사태가 더 악화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습 공격을 가한 하마스에 대한 비판도, 무고하게 숨진 민간인들에 대한 동정도 없었어요.
중국을 방문 중인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보다 못해 9일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꺼냈습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대해 “끔찍하고 마음 아픈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면서 성명의 강도를 높이라고 요구했죠.
그제야 마오닝 대변인은 “이번 충돌로 민간인들이 다치고 숨진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마스는 끝내 거론하지 않았어요.
◇“미국 3개의 전선 감당할 수 있나”
중국의 셈법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88년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해 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죠. 올 6월에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은 첨단 기술 확보와 무역 확대를 위해 최근 이스라엘과 관계를 강화해 왔지만, 팔레스타인은 그에 비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가 있어요. 중동 아랍국가를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팔레스타인을 통해 이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전쟁은 중국 입장에서 호재라고 할 수 있죠.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해 왔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경제회랑(IMEC) 건설도 추진 중이죠.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면 이런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겠죠.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면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 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꺼번에 우크라이나, 중동, 대만까지 3개의 전선을 감당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하마스 공격 당일인 7일 친중 홍콩 매체인 봉황망에는 ‘그대가 대만해협을 건드리면 우리는 이스라엘을 건드릴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에 시달려왔는데, 이제는 시리아와 긴밀하게 협력해 미국의 중동 교두보인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라고 했어요.
◇중국인 사망·실종 숨기기 급급
물론, 이런 지정학적 계산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국민이 숨지고 납치당한 일을 축소하고 숨기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에요. 이스라엘 현지에는 중국 건설업체의 공사 현장이 많고, 적잖은 중국 근로자들이 돈을 벌러 나가 있습니다. 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봤어요.
베이징건공 직원 왕모씨는 이스라엘 중화상회가 9일 공개한 영상에서 “길바닥에 엎드려 손을 들고 중국인이라고 했는데도, 하마스 대원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두 군데 총상을 입었지만, 이스라엘군 헬기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어요.
이 영상이 공개되자 관영 신경보가 물타기를 했습니다. 쉬원(許文)이라는 가명의 인물을 내세워 “AK47 소총을 든 무장 병력이 중국인이라는 걸 알고 공격을 하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어요.
그런데 11일 하마스 대원이 중국 근로자로 보이는 민간인을 흉기로 해치는 영상이 해외 화교 커뮤니티에 올라와 이 보도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올린 이스라엘 중화상회는 현장을 촬영한 하마스 무장대원이 “중국인이다, 죽여라”고 외쳤다고 전했어요.
◇하마스 만행 비호 총력전
하마스에 참수당한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번에는 ‘공산당의 입’이라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등판했어요. 그는 웨이보(중국판 X)에서 이 소식을 처음 전한 이스라엘 매체 ‘i24 뉴스’의 보도가 가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매체가 이스라엘 정부 지원을 받고 있고, 보도한 기자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이스라엘 병사로부터 전해들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어요. 하마스도 “서방 매체의 허위 주장”이라고 주장했는데, 서로 입이라도 맞춘 듯했습니다.
음악 축제에 참여했다가 납치된 이스라엘 여학생 노아 알가마니는 어머니가 중국인인 혼혈로 확인됐죠. 이스라엘 광저우총영사관 등이 이 소식을 웨이보에 올렸는데, “중국 국적도 없는데 무슨 중국인이냐” “중국 혈연은 언급도 하지 마라”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악명 높은 중국 댓글부대가 활동을 시작한 거죠. 이번 전쟁을 대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를 보면서 ‘광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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