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친강 중국 전 외교부장(왼쪽부터), 리상푸 국방장관,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로이터연합뉴스·AFP연합뉴스·바이두

지난 8월 29일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숙청설이 제기됐던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결국 해임됐다. 앞서 친강 외교부장(7월 25일)과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7월 31일)에 이어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출범 후 세 번째 고위급 숙청이다.

24일 중국 국영 CCTV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20일부터 나흘간 회의를 열어 리 부장을 면직했다고 밝혔다. 리상푸의 면직 사유나 후임 국방부장 임명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상푸는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방부장에 올랐다. 그는 충칭대 자동화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항공 엔지니어 출신이다. 리상푸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에서 수호이(Su)-35 전투기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시진핑은 그의 국방부장 임명을 강행했다. 2019년 군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은 파격 인사였다. 이 때문에 새롭게 떠오른 시진핑의 측근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취임 4개월 만인 지난 7월, 장비발전부는 2017년 10월 이후 군사 장비 구매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 의혹을 조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리상푸가 장비발전부장을 맡았던 기간(2017년 9월~2022년)을 겨냥한 것이다. 결국 그는 8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상푸의 해임이 미국과 관계 회복을 꾀하는 시진핑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리상푸 면직으로 1년 이상 중단됐던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군사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파격 임명된 외교 안보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낙마하는 것은 현 체제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로들의 불만이 커지고 후계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거진 파열음이 고위직의 전격 숙청이라는 극단적 조치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장·사령관급 3명 외에도 우궈화 로켓군 부사령관, 장전중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왕샤오쥔 중앙경위국 국장(중장)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람 이매뉴얼 주일(駐日) 미국 대사는 지난달 X(옛 트위터)에 “현 중국 내각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일각에선 시진핑의 군부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 체류 중인 전 중국 해군 장교 야오청은 최근 X에 “리상푸를 직접 기용한 장유샤가 다음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시진핑이 원로들과 군대 장악을 놓고 투쟁을 벌이는 듯하다”고 했다.